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2년물 국채 금리가 연 70%를 넘어섰다. 지난주 50%선을 돌파한 뒤 수직상승하는 중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정부가 그리스 채권에 투자한 자국 금융회사들을 위한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국가부도'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도 다급해졌다. 폴란드에서 16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참석키로 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 미 재무장관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폭등하는 그리스 국채 금리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2일 런던 국채시장에서 그리스 2년물 금리는 연 74.003%를 기록했다. 5일 연 50%대에 진입한 그리스 2년물 금리는 1주일 만에 2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도 12일 연 20%대를 돌파한 뒤 21%대에 진입했다. 그리스 재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국채수익률이 급등(국채가격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1년물은 117%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선 독일 정부가 그리스 디폴트 대비책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블룸버그는 9일 유럽증시 마감 직후 "독일 정부가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독일 은행과 보험사들을 위한 구제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필립 뢰슬러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장관은 12일 일간 디벨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유로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며 "여기에는 그리스 디폴트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 유럽중앙은행(ECB) ·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소방수 3인방'도 이달 초부터 그리스 긴축재정 및 민영화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평가를 중단했다.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 비율 등 분기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가가 재개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이달 말로 예정된 구제금융 6차분(80억유로)을 못 받게 된다.

◆그리스의 필사적인 SOS

그리스 정부는 지난 11일 재정 확충을 위해 모든 부동산에 2년간 특별 세금을 부과하고 선출직 공직자들의 1개월분 임금을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는 유로존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 12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IBS) 세계경제회의'직후 "채권단과 약속만 잘 지켜진다면 상황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스 편을 들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디폴트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조직적으로 퍼뜨려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리스 일각에선 그리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일부 유럽국가에서 위기설을 과장해 유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날 미국 증시가 반등했는데도 13일 독일 영국 프랑스등 주요국가 증시는 모두 하락출발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큰 폭으로 떨어진 유럽증시에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지만,시장에선 그리스 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