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새롭게 부상한 '글로벌 재정위기'의 파고에 흔들리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세계경제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국내 경제는 경기침체와 물가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2%였던 경제성장률은 2분기 3.4%로 둔화됐다. 3분기 이후에도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5.3%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고유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치솟았다.

가계의 기초 체력은 3년 전보다 악화됐다. 2008년 9월 말 676조원이었던 가계부채 잔액은 지난 6월 말 876조3000억원으로 불었다. 2009년 말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로 미국(132%) 일본(130%)보다 높다.

◆쓸 수 있는 정책이 없다

정책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줄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연 3.25%로 2008년 9월의 연 5.25%보다 낮다. 2008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1.5%였던 재정적자는 올해 2.0%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와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출 여력이 적다는 의미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의 리더십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감세정책 등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 지급 여력과 외채 구조는 개선됐다. 외환보유액은 2008년 9월 말 2397억달러에서 지난 8월 말 3121억9000만달러로 늘었다. 경상수지는 2008년 1~8월 3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7월까지 130억4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외채 규모가 2008년 9월 말 3651억달러에서 지난 6월 말 3980억달러로 증가했지만 외채 중 1년 미만 단기외채 비중이 79.1%에서 49.2%로 하락했다.

◆외환시장은 안정세

주가 급락에도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안정된 것도 2008년과는 다른 특징이다. 국내 채권시장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600원 선을 위협하던 원 · 달러 환율은 현재 107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