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도이리 '화성종합경기타운'.국비 지원 없이 시비(市費)만 2870억원 들어간 이곳은 내달 1일 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찾는 사람도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다. 인구(52만명)에 비해 3만5000석 주경기장,7176석 체육관 · 보조경기장,10만3000㎡ 수변공원 등으로 시설물은 매머드급이다.

'2025년 세계 25대 도시 도약'이라는 큰 목표를 세운 화성시가 지난 수년간 종합경기타운 등 수천억원짜리 '선심성 공사'를 강행하면서 재정은 파탄 직전이다. 개발사업에 돈을 쏟아붓느라 신규 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공무원 월급도 겨우 줄 정도다.

재정자립도도 59.0%(8월 말)로 작년보다 8.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만 해도 228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증가율 1위(12.6%),기업체 증가율 1위(15.5%),재정자립도 7위(67.1%)였던 부자 도시가 추락하고 있다.
표를 의식한 각종 '포퓰리즘 사업'으로 인한 지자체의 재정난이 경제 침체와 가계대출 급증,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자체 부채(28조9933억원)와 지방 공기업 부채(46조4744억원)를 합한 지방 부채는 75조4677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10.6% 증가했다.

지자체의 나빠진 살림살이는 재정자립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8월 말 현재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51.0%로 작년 말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연 10%대를 웃도는 지방 부채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에는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65%에 달했던 재정자립도가 사상 처음 50% 밑으로 떨어지고,2013년에는 지방 부채가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예상보다 지방 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8 · 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정치권에 휘몰아치고 있는 포퓰리즘이 10 · 26 재 · 보선과 내년 총선 및 대선과 맞물려 선심성 지방 공약 남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지방재정학회장)는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의 각종 선심성 토목 · 개발사업과 홍보성 행사가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방 재정 지원 방안과 더불어 공약 검증과 지자체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사전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