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연말께 첫 방송을 시작할 예정인 종합편성채널의 심의기준을 기존 방송에 비해 느슨하게 적용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종편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방송과 같은 심의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제재 수위에 있어서는 종편을 타 방송에 비해 우대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유독 종편만 지상파와 다른 특혜를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종편 사업을 새로 허가한 것도 기존 황색방송을 넘어서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차등 규제의 명분 자체도 그렇다.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야 방송이 성장한다면 저질일수록 방송이 발전하고 좋은 방송이라는 말과 같다.

종편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논란과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방송 심의에까지 이중 잣대를 적용,특혜를 준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종편의 선정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방송광고 시장을 두고 기존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과 종편 간 무한경쟁이 펼쳐지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넘쳐날 것임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벌써 광고수주를 위해 기업 때리기가 열을 올리고 있고 유명 연예인 스카우트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종편이 기존의 광우병 방송들보다 더한 선정성에 함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심의기준을 놓고 차등 규제 운운한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무언가 말못할 속사정이 있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