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도 반월공단에 있는 인터플렉스(대표 배철한).추석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들뜬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방진복을 입은 생산직 직원들은 검사장비 앞에서 바삐 손을 놀리며 부품에 하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느라 연신 구슬땀을 흘렸다. 스마트폰 핵심부품인 연성회로기판(FPCB)을 만드는 이 회사는 이번 주말을 포함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라인을 풀가동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일감이 밀려들고 있어서다.

윤여걸 경영관리팀장은 "삼성전자 애플 모토로라 샤프 등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물량을 제때 공급하려면 휴일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추석 분위기를 즐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배철한 대표를 비롯한 인터플렉스 경영진은 명절에도 쉬지 못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추석 당일 직원들에게 송편과 전을 비롯한 명절 특식을 배급키로 했다. 특근수당 외에 특별 보너스도 줘 고향땅을 밟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달래줄 예정이다.

인터플렉스뿐만이 아니다. 와이솔 삼화전기 테크윙 등 일부 전자부품 및 장비업체들이 밀려드는 일감 때문에 추석 연휴에도 공장을 풀가동한다.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상당수 기업들이 추석 연휴를 끼고 장기 휴가에 들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와이솔(대표 김지호) 직원들은 지난 설에 이어 이번 추석 연휴도 반납키로 했다. 이 회사는 주파수를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스마트폰 부품 소필터(sawfilter) 전문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중국 ZTE 등에 소필터를 공급하고 있고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지호 대표는 "정보기술(IT)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편이지만 스마트폰은 예외"라며 "창업한 이후 한번도 명절 연휴에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 회사는 2008년 9월 삼성전기에서 분사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과 추석을 함께 보낼 작정이다. 명절 특식을 함께 나눠 먹는 것은 물론 전통 게임 등 이벤트를 통해 직원들 사기를 북돋아줄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특근수당과 추석 상여금은 기본이고 별도 위로금까지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는 올해 1000억원의 매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파흡수체 전문기업 삼화전자(대표 김진옥)도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기로 했다. 전자기기 유해전파 기준이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면서 전파 측정시설인 전파암실 건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전파암실을 구축하는 주재료인 페라이트 코어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수주물량이 증가해 한가위 연휴도 반납한 채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테스트장비인 핸들러 전문업체 테크윙(대표 심재균)도 추석 연휴 기간에도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한다. 지난 7월부터 미국 최대 낸드플래시 소자업체인 샌디스크에 768패러렐급 테스트 핸들러를 공급하는 등 테스트 핸들러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은데도 검사장비 수요가 늘고 있어 이번 3분기에 353억원의 매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박영태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