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 연설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모두 약세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예상 이상의 새로운 카드는 없었고 의회 승인 등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시장에는 중립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9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78포인트(0.42%) 내린 1838.86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미국 증시는 유럽중앙은행의 성장전망 하향과 지표부진, 버냉키 발언 실망감 등으로 인해 하락했다. 이날 지수도 내림세로 출발했다. 한때 상승반전에 성공하기도 했으나, 이내 약세로 돌아섰다.

개장 전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44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안했다. 이는 기존에 예상한 3000억달러보다 확대된 것이다.

외국인이 엿새째 순매도에 나서며 319억원어치 주식을 팔고 있다. 개인도 264억원의 매도 우위다. 기관은 81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보험 의료정밀 증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내림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은 등락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 포스코 삼성생명 등이 상승 중이고,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은 하락세다.

증권주들이 대규모 유증 우려에서 벗어나 반등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키움증권 등이 1~2%대의 강세다.

하이닉스는 경쟁업체의 감산소식에 5%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약세다. 현재 1.68포인트(0.35%) 내린 473.62를 기록 중이다. 내림세로 출발한 이날 지수는 한때 상승전환하기도 했지만, 기타계를 통한 매물 확대에 하락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이 사흘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 1억원어치 주식을 팔고 있다. 국가 지자체가 속한 기타계는 61억원의 매도 우위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54억원과 9억원의 순매수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관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관련주들이 급등하고 있다. 미주제강 비앤비성원 AJS 등이 8~13%의 급등세다.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하고 있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65원 내린 1074.45원에 거래 중이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공화당이 전폭적으로 지지할지 여부와 의회 승인이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또 재정지출을 축소해야하는 상황에서 4470억달러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는 그동안 미국 정책 기대감으로 1800선 중반까지 올라왔지만, 1700~1900선 사이의 박스권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며 "1900선 부근에서는 주식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