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대우증권 대규모 유증에 싸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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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내외 증권사의 증권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8일 기존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없고 자본효율성도 낮다며 대우증권의 이번 결정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대우증권은 전날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선도적 대응을 위해 글로벌 IB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1조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공모 예정가액은 1만250원이며, 우리사주조합에 19.03%를 우선배정하고, 보통주와 우선주 주주들은 구주 1주당 신주 0.5598주를 배정받게 된다.
우선 주가 희석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당 공모 예정가액이 전일 종가 대비 15% 할인된 수준으로 정해짐에 따라 주가희석(dilution)이 불가피하고 대우증권 입장에서도 52주 최저가 수준의 주가에서 유상증자를 단행함에 따라 자본조달의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신주는 최근 1배 미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주가에서 15% 할인 발행되고, 1주당 0.56주씩 부여되는 방식이어서 희석 정도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투자자보다는 금융당국과 산은지주 입장만 고려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이 주주보다는 대주주인 산은지주의 입장에서 내려졌다고 짐작한다"며 "산은지주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민영화 및 수익모델 공고화가 절실한 입장인데, 계열 내 산업은행보다 두 배 이상 지점을 가지고 있고 기업금융 시너지 창출이 용이한 증권업과의 결합을 위해서는 대우증권에 대한 지분율 확대가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도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를 주도할 초대형 증권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자발적 인수합병(M&A)이 부족한 데 대해 아쉬움을 피력한 바 있다"며 "종합하면 증자 과정의 실권주는 산은지주가 전량 인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30% 가량이 포기될 경우 산은지주의 지분율은 47%로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대규모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만 당장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도 1조4000억원의 신규 유입자금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 규모가 아직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자기자본이익률(ROE)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지펀드가 활성화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고 자본규모가 새로운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경쟁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애널리스트도 "증자대금의 수익 창출 효과를 간편 추산하면 약 900억원(재무레버리지 6.3배 가정)인데 이에 따른 주당순자산(BPS), 주당순이익(EPS) 희석은 12%, 17%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한국증권은 대우증권의 증자 후 2011회계연도말 예상 자기자본은 4조3000억원, 이익창출력은 연 4000억원에 못 미쳐 자기자본이익률(ROE) 전망은 9%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BPS가 9.6% 감소하고 ROE가 1.3%포인트, EPS가 40.1% 줄어들 것"이라며 "과연 1조4000억원 대규모 증자가 필요했는가에 대한 시장 설득력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측이 밝힌 자금 사용 목적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가시적으로 제시할 항목은 불투명하며 과잉 증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금리 및 수수료 합리화 등 증권산업의 ROE가 추가로 하향 재조정될 이슈가 아직 남아 있는 가운데 자기자본투자(PI) 및 프라임브로커 산업의 초기 수익성만으로 ROE를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해외 증권사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골드만삭스는 대우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프라임브로커리지 시장 선점을 위한 요건을 갖추게 되지만 사업에 대한 불확시렁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또 IB사업 강화, 해외 네트워크 확대 등 대우증권의 계획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지 여부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oA메릴린치도 투자자들이 증자대금의 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생길때까지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 증권사들의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보익 애널리스트는 "경쟁 증권사의 대규모 유상증자 가능성도 확대되어 증권산업의 ROE를 추가로 하향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대우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조정했다. HMC투자증권은 대우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만3000원에서 1만원으로 56.5% 하향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매도'로 내려잡았다. 유진투자증권도 대우증권에 대한 '비중감소' 투자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만3600원으로 17.6% 내렸다. 대신증권은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목표주가를 1만1000원으로 57.7% 내려잡았다. 삼성증권도 목표주가를 1만2000원으로 내리고 보유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국내외 증권사의 증권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8일 기존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없고 자본효율성도 낮다며 대우증권의 이번 결정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대우증권은 전날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선도적 대응을 위해 글로벌 IB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1조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공모 예정가액은 1만250원이며, 우리사주조합에 19.03%를 우선배정하고, 보통주와 우선주 주주들은 구주 1주당 신주 0.5598주를 배정받게 된다.
우선 주가 희석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당 공모 예정가액이 전일 종가 대비 15% 할인된 수준으로 정해짐에 따라 주가희석(dilution)이 불가피하고 대우증권 입장에서도 52주 최저가 수준의 주가에서 유상증자를 단행함에 따라 자본조달의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신주는 최근 1배 미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주가에서 15% 할인 발행되고, 1주당 0.56주씩 부여되는 방식이어서 희석 정도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투자자보다는 금융당국과 산은지주 입장만 고려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이 주주보다는 대주주인 산은지주의 입장에서 내려졌다고 짐작한다"며 "산은지주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민영화 및 수익모델 공고화가 절실한 입장인데, 계열 내 산업은행보다 두 배 이상 지점을 가지고 있고 기업금융 시너지 창출이 용이한 증권업과의 결합을 위해서는 대우증권에 대한 지분율 확대가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도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를 주도할 초대형 증권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자발적 인수합병(M&A)이 부족한 데 대해 아쉬움을 피력한 바 있다"며 "종합하면 증자 과정의 실권주는 산은지주가 전량 인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30% 가량이 포기될 경우 산은지주의 지분율은 47%로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대규모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만 당장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도 1조4000억원의 신규 유입자금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 규모가 아직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자기자본이익률(ROE)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지펀드가 활성화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고 자본규모가 새로운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경쟁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애널리스트도 "증자대금의 수익 창출 효과를 간편 추산하면 약 900억원(재무레버리지 6.3배 가정)인데 이에 따른 주당순자산(BPS), 주당순이익(EPS) 희석은 12%, 17%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한국증권은 대우증권의 증자 후 2011회계연도말 예상 자기자본은 4조3000억원, 이익창출력은 연 4000억원에 못 미쳐 자기자본이익률(ROE) 전망은 9%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BPS가 9.6% 감소하고 ROE가 1.3%포인트, EPS가 40.1% 줄어들 것"이라며 "과연 1조4000억원 대규모 증자가 필요했는가에 대한 시장 설득력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측이 밝힌 자금 사용 목적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가시적으로 제시할 항목은 불투명하며 과잉 증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금리 및 수수료 합리화 등 증권산업의 ROE가 추가로 하향 재조정될 이슈가 아직 남아 있는 가운데 자기자본투자(PI) 및 프라임브로커 산업의 초기 수익성만으로 ROE를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해외 증권사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골드만삭스는 대우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프라임브로커리지 시장 선점을 위한 요건을 갖추게 되지만 사업에 대한 불확시렁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또 IB사업 강화, 해외 네트워크 확대 등 대우증권의 계획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지 여부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oA메릴린치도 투자자들이 증자대금의 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생길때까지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 증권사들의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보익 애널리스트는 "경쟁 증권사의 대규모 유상증자 가능성도 확대되어 증권산업의 ROE를 추가로 하향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대우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조정했다. HMC투자증권은 대우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만3000원에서 1만원으로 56.5% 하향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매도'로 내려잡았다. 유진투자증권도 대우증권에 대한 '비중감소' 투자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만3600원으로 17.6% 내렸다. 대신증권은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목표주가를 1만1000원으로 57.7% 내려잡았다. 삼성증권도 목표주가를 1만2000원으로 내리고 보유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