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무너진 'MB노믹스'…조세정책 신뢰 깨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소득세 · 법인세 감세 철회는 MB노믹스의 포기를 뜻한다. 선거 표심을 얻으려는 한나라당의 거센 감세 철회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가 세제개편안 발표 직전까지도 '감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신뢰에 큰 흠집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율 인하 없던 일로

당 · 정은 내년 발생하는 소득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키로 했다. 과세표준액 8800만원 초과분에 대해 2010년부터 세율을 35%에서 33%로 내리기로 돼 있었던 것을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서민 · 중산층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은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집요한 공세에 정부가 굴복한 것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7일 "정부는 그대로 감세하자고 했지만 당으로부터 새로운 요구가 많아 현실 정치를 감안한 절충을 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세제 체계는 단순하게 가는 게 바람직한데 당 · 정이 합의한 내용은 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재정부는 세제개편안에 '감세 철회'를 넣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염두에 두고 개편안을 준비해왔다는 게 대부분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나라당과 사전 협의를 통해 일찌감치 소득세 감세 철회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법인세 감세는 일부 적용

정부는 법인세 감세를 전면 철회하는 대신 '법인소득 2억~500억원'구간을 신설,20%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2단계였던 법인세율(2억원 이하 10%,2억원 초과 22%)을 3단계로 바꾸는 것이다. 법인세율 체계가 그만큼 복잡해졌다. 한나라당에서는 세수 확대를 위해 500억원이 아닌 100억원 구간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추후 변경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당 · 정은 또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율에 대해서는 당초 정부안보다 추가공제율을 1%포인트 낮추는 대신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높여주기로 했다.

◆세수 증가도 불투명

재정부는 법인세 중간세율 구간 신설로 2조4000억원,소득세 최고세율 현행 유지로 6000억원 등 감세 철회로 3조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는 작년 세수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추정치'일 뿐이다. 실제 세수 증가는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세제 전문가들은 법인세를 단순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상황에서 한국만 과표구간을 3단계로 더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당장 세수가 줄어드는 것만 생각해 세율을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세수 증대에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예정된 감세를 전제로 투자했던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활동 위축으로 인한 세수 감소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서욱진/박신영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