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만큼 관중과 함께 감동을 느끼는 플랫폼은 없습니다. 기업도 소비자를 유혹할 대상이 아닌 꿈과 감동을 함께 나눌 대상으로 봐야 합니다. "

7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39층.수요사장단회의 강사로 나선 김도균 경희대 교수(체육학과)는 삼성 계열사 사장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강의 주제는 '스포츠 명가에서 배우는 철의 규율'.김 교수는 "얼마 전 막을 내린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사인 볼트가 마지막 400m 계주에서 전력 질주할 때 관중들의 표정에선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며 "미국에선 할아버지,아버지,손자가 대를 이어 자기가 응원하는 야구팀을 통해 하나가 되고,그 팀의 경기에 감동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포츠가 감동을 주는 사례로 미국의 '팀 호이트' 부자 이야기를 다룬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줬다. 호이트의 아들은 혼자서는 제대로 말도 못하고 걷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인데,아들이 처음으로 컴퓨터에 쓴 글은 '달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을 휠체어에 태워 함께 달렸고 나중에는 마라톤 완주까지 했다. 이번엔 아들이 철인경기를 하고 싶다고 하자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철인경기에 도전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2시간48분대의 마라톤 완주기록을 갖고 있는 아버지에게 혼자서 뛰어보라고 권유했지만,아버지는 '나는 혼자 뛰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호이트 부자 얘기는 전 미국을 울렸다"고 전했다. 그는 헨리 마스케라는 독일의 무패의 철권 복서가 은퇴경기를 통해 당시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묶는 데 기여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김 교수는"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느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소비자를 물건을 팔 대상이 아닌 감동을 줄 상대방으로 여겨야 한다는 게 스포츠에서 배워야 할 '철의 규율'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