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월급처럼 다달이 돈을 받는 '월지급식 펀드'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스펙트럼에 따르면 작년 말 이후 지난 2일까지 월지급식 펀드로 총 5376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월지급식 펀드들은 대부분 올해 들어 신규 설정된 새내기 펀드들이다. 현재 국내 출시된 월지급식 펀드 30개 중에서 21개가 올해 출시된 펀드다.

업계 전문가들은 작년부터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늘어나면서 은퇴자를 중심으로 월지급식 펀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덕분이라고 풀이했다.

대표적인 월지급식 펀드는 해외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인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 펀드로 작년 12월 9일 설정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3235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에 예치한 후 받는 월 분배금을 다시 적립식 펀드에 이체해 초과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많다"며 "이 수요에 착안해 출시 초기 부터 고액 자산가들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많이 판매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운용의 '삼성스마트플랜실버' 펀드 시리즈에도 올해 2월 출시된 이후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을 통해 1400억원 이상이 몰렸다.

이 밖에 '프랭클린템플턴월지급글로벌' 펀드에는 연초 이후 549억원이 들어왔고, '현대베스트월지급식' 펀드와 '하나UBS실버오토시스템월분배식' 펀드로도 각각 107억원, 103억원씩이 순유입됐다.

일반적인 펀드에 가입할 때는 적립식으로 가입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월지급식 펀드의 경우 거치식 투자자가 더 많다. 목돈을 한꺼번에 유치한 뒤 이를 통해 일정한 월 수익률을 확보하기 원하기 때문.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스마트플랜실버 펀드에 가입한 월지급식 투자자 중 98%가 적립식이 아닌 거치식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전문가들은 월지급식 펀드 투자자의 상당 부분이 은퇴자금을 노후 생활에 보태고 싶은 은퇴자인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월지급식 펀드에서 손실이 날 경우 원금에서 월분배금이 빠져나가 원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 펀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월지급식 펀드들이 한달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팀장은 "월지급상품이 제시하는 표면적인 월분배금의 수준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만기시 원금의 안전성과 수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다시 펀드다④]월지급식 펀드 봇물…원금손실 가능성 염두에 둬야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