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에서 또다시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리스 의회가 "재정적자는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며 자구노력에 대한 회의를 표시하고 나선 것.그리스에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등은 "그리스가 계획대로 긴축정책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 예정된 구제금융 집행을 보류하겠다"고 강경대응을 선언했다. "내년 3월 이전에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것"(IMF 고위 관계자)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될 조짐이다.

◆"그리스,늦어도 내년 3월까진 디폴트"

그리스가 EU와 IMF 등에서 구제금융을 계속 받기 위해선 지난 7월 말까지 재정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7.5% 이내로 낮췄어야 했다. 그러나 이 기간 재정적자 비율이 8.8%를 초과,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 의회 예산심의위원회가 지난 주말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발표, 사실상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등의 긴축요구를 맞추기 어렵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에 대해 그리스에 구제금융 자금을 대는 EU와 IMF가 발끈했다. EU집행위와 유럽중앙은행(ECB),IMF 협상 실무진은 그리스 정부에 "올해 안에 120억유로 규모의 재정긴축안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그리스 구제금융 6차분 80억유로 집행을 보류하겠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이와 관련,"EU · IMF와 그리스 간 구제금융 집행 관련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IMF 내에선 그리스가 내년 3월 이전에 디폴트에 빠지는 '경착륙'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금융시장은 이 같은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2년물 그리스 국채 금리는 지난 2일 전일 대비 2.64%포인트 오른 45.92%,5년물은 0.83%포인트 상승한 28.56%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남유럽 '배째라' vs 독일 '유로존 탈퇴'

그리스뿐만 아니다. 이탈리아도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긴축 집행 세부안의 실행을 포기했다. 지난달 발표한 455억유로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달성하기 위해선 연대세와 부가가치세 개혁,퇴직연금 개선안 등을 집행해야 하지만 손도 못 대고 있는 것.이에 따라 재정위기 국가에 지갑을 열어야 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이탈리아 정부가 재정긴축안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이탈리아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도 "독일 정부 내에서 그리스 지원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며 "집권연정의 한 축인 자유민주당(FDP) 소속 헤르만 졸름스 상원 부의장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자'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한델스블라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유로존이 유로본드를 발행할 경우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추가적인 지원 가능성을 경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