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매출, 숨은 功臣은 바로 '나'
서울우유의 '커피포리 200'은 30~40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때 그 시절의 우유다. 삼각 비닐팩으로 상징되는 이 가공우유는 '아직도 많이 팔릴까' 싶지만 여전히 서울우유의 쏠쏠한 효자상품이다. 별다른 홍보 없이 해마다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현대적 디자인을 내세운 고급 커피우유가 많이 나오는 요즘에도 '습관적으로' 이 우유를 찾는 중년이 많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찜질방에서 이 우유에 빨대를 꽂아 마시며 사우나를 즐기는 중년 여성의 수요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선 해마다 수백종의 신상품이 쏟아진다. 하지만 커피포리처럼 '숨은 캐시카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적어도 3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고,특별히 광고하지 않아도 알아서 지갑을 여는 마니아들이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대상그룹의 초창기 제품인 조미료 '미원'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에서 봉지(100g)당 2000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미원은 아직도 한 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상의 주요 상품이다. 식당에서 찾는 수요가 여전히 탄탄한 덕분이다. 화학 조미료인 글로탐산나트륨(MSG)은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일반 가정에서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연구원은 "TV에 나오는 맛집들이 '공개할 수 없는 마지막 비법이 있다'고 하는 건 대부분 미원을 넣는다는 뜻"이라며 "MSG는 일반 소비자들의 생각보다 더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 측은 "MSG는 과다하게 섭취하지만 않는다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게 회사는 물론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주부들이 MSG를 선호하지 않는 추세 때문에 마케팅은 천연조미료 '맛선생'에 집중하고 있지만 맛선생의 연 매출은 140억원에 그치고 있다. 성장세이긴 하지만 미원보다는 훨씬 덜 팔린다.

숨은 캐시카우 중에선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65㎖)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병에 150원짜리인 야쿠르트의 연 매출은 1200억원.하루 평균 250만병이 팔린다. 한국야쿠르트가 프리미엄급 발효유인 '윌'과 '알앤비(R&B)' 등을 지속적으로 내놓은 상황에서도'간편 디저트'인 야쿠르트 수요는 여전하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야쿠르트에 대해 '감질나게 딱 한 모금밖에 안 된다'는 소비자 의견이 많지만 이건 오히려 아쉬움을 자극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며 "야쿠르트 아줌마가 한 손에 3~4병을 쥘 수 있는 크기여서 배달이 쉽다는 점 등 여러 모로 장점이 많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