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시의 출렁임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저가 매수에 나서 이익을 낸 경험이 있는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을 투자 기회로 보고 있지만 여기서 추가로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은 여전하다. 실제로 2008년 당시 1400 정도를 바닥으로 보고 들어갔던 투자자들은 증시가 900까지 한 번 더 떨어지면서 손실을 입기도 했다. 최근에도 증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적립식이라면 오히려 투자 기회


전문가들은 일단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손실이 났든 이익이 났든 환매하기보다는 계속 돈을 불입할 것을 권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적립식 펀드는 지금과 같은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 오히려 좋다"며 "주가가 하락할 때 돈을 넣으면 평균 매입 단가가 계속 낮아져 나중에 반등할 때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도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 요인은 남아 있지만 장기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며 "장기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라면 반등시 급히 환매하기보다는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오랫동안 돈을 넣어 적립 금액이 많아진 상태라면 적립식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주가 반등시 일정 부분 환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치식 펀드라면 시장 상황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가가 떨어질 때 더 싸게 주식을 매입해 이득을 보는 적립식과 달리 거치식은 주가 하락이 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배 연구원은 "거치식은 손실 및 이익률에 따라 환매 여부를 판단해야겠지만 시장 상황만 본다면 주가 반등시 일부 환매로 비중을 줄여 놓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당분간 주가가 크게 빠지지 않더라도 초과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일정 부분 환매 후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절대수익 추구형로 변동장 대응


추천 펀드로는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와 분할매수 펀드가 많았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장은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는 주가가 추세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는 성장형 펀드에 비해 불리하지만 지금처럼 등락을 거듭할 때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분할매수 펀드는 점진적으로 주식 비중을 높여 나가면서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펀드다.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향후 글로벌 경기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인다면 국내 성장형 펀드가 유망할 것으로 꼽혔다. 김대열 팀장은 "국내 증시는 우수한 펀더멘털에도 대외 요인으로 하락했다는 점에서 대외 여건 개선시 반등폭이 클 수 있다"며 "특히 대형 성장주는 무차별하게 조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반등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2~4개 정도의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위험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해외 주식보다는 해외 원자재



해외 펀드에 대해서는 "예전과 달리 글로벌 증시의 동조화가 심해져 분산투자 효과가 줄었다"면서 "반드시 해외 펀드에 투자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박진환 부장은 "해외 펀드 비과세 종료로 국내 주식형 대비 세금 면에서 불리하고,또 국내 증시에 비해 정보 획득의 어려움도 있어 해외 펀드는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배성진 연구원도 "해외 펀드 가입에는 찬성하지만 국내나 해외 증시 모두 유사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개별 국가 증시에 대한 투자에는 반대한다"며 "해외 주식보다는 금이나 농산물 같은 실물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은 "최근 2~3년간 브릭스 등 해외 펀드 성과가 좋지 않아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시장이 계속해서 좋을 수는 없다"며 "국내 투자를 보완하는 관점에서 해외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환매수수료가 없는 펀드에 몰리며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지만,전문가들은 장기 투자를 권했다. 주가가 낮을 때 펀드에 가입해 주가 상승시 환매하는 전략도 나쁘진 않지만 증시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마켓 타이밍을 잘 잡아 저점에 들어갔다 고점에 나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며 "단기 전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으며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면 조정시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