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왔다. 외국인은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926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지난 7월8일 1조72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928.40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상승세를 주도한 기관과 개인의 변심으로 코스피지수는 0.59포인트(0.03%) 오른 1880.70에 장을 마쳤지만,외국인이 오랜만에 대규모로 순매수했다는 점에서 시장참가자들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그친 것은 분명하지만 본격적인 매수세로 전환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돌아온 외국인은 누구?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 연속 순매수했다. 지난 이틀 동안 2000억원 안팎씩의 순매수로 '워밍업'을 끝낸 뒤 이날은 1조원 이상으로 매수 규모를 늘렸다. 이날 매수세가 노무라금융투자에 집중되면서 자금이 아시아계일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외국인은 노무라 창구를 통해 삼성전자 포스코 등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과 미국계 자금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최근 매수자금은 엔화 등 아시아 통화 강세와 맞물린 아시아계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순매수가 단순히 신흥국 증시 중 낙폭이 컸던 한국 증시의 비중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매도 종목에 대한 쇼트커버링(손절) 매수가 유입되는 것이어서 의미를 확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며 외국인이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쇼트커버링,즉 손절 매수 성격의 매수세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는 프로그램매매를 통한 비차익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비차익거래는 선물과 관계없이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15개 이상으로 바스켓을 구성한 뒤 전체를 한 번에 거래하는 프로그램매매다. 이날 외국인의 비차익순매수 규모는 8310억여원으로 집계됐다.

◆"본격 귀환은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외국인 복귀를 반기면서도 본격적인 매수세로 전환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에서는 벗어났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주요국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롱펀드(장기투자자)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며 "외국인 '사자'가 지속될 경우 1950선까지는 회복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적 반등폭을 메운 뒤에도 추가 상승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코스피지수가 1700선에서 바닥을 형성한 뒤 단기 급등하면서 벤치마크와의 수익률 격차를 메우기 위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이번주에만 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오른 만큼 추가 매수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이 단기 지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점도 경계 요인이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내수주로 피했던 외국인이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 종목을 저가 매수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주가 상승 시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론 2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가 외국인 매매 방향성을 결정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50 대 50"이라며 "당분간은 투자자들이 지표 변화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손성태/강지연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