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락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비중을 크게 줄인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들이 '미니랠리' 시작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국내증시가 손 쓸 겨를 없이 단기 폭락하자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주식비중을 줄여 추가 변동성을 피하는 듯 했지만 증시가 예상밖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자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A증권사의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운용하는 27개 투자자문사 중 레이크투자자문의 경우 주식비중이 4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J&J투자자문의 경우 40~60% 수준으로 낮고, 60~80% 수준인 곳도 브레인 토러스 피데스 탬피스 프렌드 슈프림에셋 가울 세이에셋 등 8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크우드 한국창의 섹터 AK 레오 유리치 이룸 등은 80%이상으로 주식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비중을 줄인 자문사들은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1700선 아래로 급작스럽게 밀리며 내상을 크게 입은 만큼 현재는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재정 위기와 함께 미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도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추가적인 3차 양적완화정책 역시 효과가 미지수인 만큼 짧은 시간에 재차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재탈환하면서 주식비중을 크게 줄여놓은 자문사나 운용사들은 좌불안석이다.

한 투자자문사 운용역은 "국내 증시가 기술적 반등을 하고 있지만 추세를 완전히 바꿀 재료가 마땅치 않아 재차 되밀릴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돌파하고 있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주식비중을 80%까지 줄여 놓았는데 지수가 급등해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며 "여러 매크로 지표 등으로 볼때 현재 구간이 추세적으로 상승전환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이 획기적인 경기 부양책이나 추가적인 양적양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설령 내놓더라도 그 효과는 미지수"라며 "프로그램 매수세 등으로 단기에 지수가 상승하는 것을 놓고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1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7.42포인트(1.99%) 오른 1917.53을 기록 중이다.

전날 뉴욕 증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번 주말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를 바탕으로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코스피지수도 오름세로 장을 출발한 후 장중 상승폭을 키워 지난달 17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900선을 넘어섰다. 이후 오름폭을 확대해 1928.40까지 뛰어 1930선을 넘보기도 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