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아일랜드 출신 유명 극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민주당에서 연일 회자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경선을 두고 좌고우면하는 손학규 대표와 지도부의 야성 부족을 질타하는 의원들이 단골 인용구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김진애 의원은 지난 30일 의원워크숍에서 "버나드 쇼가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고 했는데 당 지도부가 모범생,착한 콤플렉스에 걸려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방식이나 복지논쟁에서 왜 이렇게 우물쭈물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이 야당다워야 하는데 정책 추진 속도나 아젠다에서 모두 정부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시장 후보경쟁에 뛰어든 천정배 최고위원도 지난 29일 버나드 쇼를 빌려 손 대표 측을 공격했다. 천 최고위원은 "부끄러운 얘기지만 지난 민주당의 역사를 보면 작년 6월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도 그랬고,우물쭈물하다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우물쭈물 후보를 냈는데 이번에도 그러려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가 후보 선정 과정을 늦춰 외부인사나 유력 후보를 추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버나드 쇼가 후세에 능동적 삶의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 독설적으로 남긴 자작 묘비명이 때아닌 민주당 내 노선 투쟁의 '창'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당 관계자는 "주류 · 비주류 간 대립에 묘비명을 인용하는 게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