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男 혈우병女의 서글픈 비극 스토리 '통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살짝만 다쳐도 피가 멈추지 않는 여자가 만났다. 이들은 채무관계로 얽혔다가 작은 사랑으로 이어졌다. 너무나 현실적인 면을 다뤄서, 그래서 더 슬프다.
강풀의 원안으로 이미 이름을 알린 통증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작은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통증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곽경택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인 권상우, 정려원이 자리했다.
영화 통증은 어린시절 자동차 사고로 가족을 잃은 죄책감과 그 사고로 인한 후천적인 후유증으로 통증을 느낄 수 없게 된 남자 남순(권상우 분)과 태어날 때부터 유전으로 인해 작은 통증조차 치명적인 여자 동현(정려원 분)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빚을 갚지 않아 찾아갔던 곳에서 서로를 만난 이들은 각자 이상한 여자, 남자로만 느낄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게 아니었다.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탓에 마음의 상처도 느낄 수 없었던 남순은 동현을 보고 난 뒤, 이상하게 가슴이 뻐근함을 느낀다. 그게 사랑임을 처음에도 그는 몰랐다.
동현 역시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냉혹한 세상에 "우리 집 방 있어"라며 마음을 써 주는 남순이 왠지 싫지 않다. 사랑하려 노력하지만 아픈 몸이 그에게 부담될 것 같아 슬프다.
그렇게 둘은 실랑이 끝에 함께 살아가지만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는다. 사랑이 커질 시점 둘은 이별을 고하게 되고, 남순은 철거 현장에 용역 인원으로 투입되고, 이를 말리러 온 동현은 그곳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곽경택 감독은 "기존 멜로 영화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랑의 통증에 무감각해진 지금의 세대들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주연배우인 권상우에 대해 "예전부터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배우로, 조롱거리가 되는 혀가 짧는 것 역시 실제 술을 마시러 가보니 혀가 길다"라며 "그는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칭찬했다.
영화 중간 중간 동현이 남순에게 "혀 짧은 소리 낸다"고 놀리거나 남순이 동현에게 "말랑깽이에게 관심없다"는 대화는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주요 지점.
권상우는 "재미없는 멜로 영화는 싫었는데, 감독님이 혀가 짧다는 식의 대사로 재미를 줘 즐겁게 찍었다"고 회상했다.
옆에 있던 정려원도 "말랑깽이 표현이 나오는 것에 대해 촬영하면서 우리가 더 많이 웃었다"며 "감독님이 우리를 통해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콤플렉스를 깨고자 시도 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친구, 챔피언, 태풍 등 남성적인 영화를 풀어왔던 그의 스타일이 통증에서 현실적인 모습을 비춰주며 진정성 측면에서는 박수를 받을만 하지만 감성 멜로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는 다소 벅차 보인다.
감각에 의한 아픔뿐만 아니라 감정에 의한 아픔까지 다룬 현실남녀의 사랑이야기 통증은 9월7일 개봉예정이다.
김효섭기자 seop@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