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그로스 "술병 들고 울고싶다"
"집에서 맥주병 들고 울고 싶은 마음입니다. 내가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펀드보다 낮으니 처량하네요. "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를 운영하는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 · 사진)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요즘 심정이다.

핌코의 간판펀드 토털리턴펀드는 올 들어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보고 2440억달러어치를 매도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예상 밖 호황을 누렸다. 토털리턴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3.29%.동종업계 평균치인 4.55%보다 한참 아래로 채권펀드 589개 중 501위에 그쳤다.

그로스 CIO는 자신의 착오를 인정했다. 그는 지난 1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5%일 때 인플레이션 때문에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물가 상승을 막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국채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2차 양적완화가 끝났을 때도 그는 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흘렀다. 이달 들어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국채로 몰렸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 미만으로 1950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게다가 Fed는 2년간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했다. 그로스 CIO는 "국채를 계속 더 보유하고 있었어야 했다"며 "미국의 실질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한 건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그로스 CIO처럼 몸살을 앓기는 헤지펀드 운용자들도 마찬가지다. 악몽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은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사장.그의 간판펀드 어드밴티지플러스는 이달 들어서만 자산가치가 14% 하락했다. 올 들어선 39% 폭락,40억달러가 공중분해됐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브루스 버코위츠의 뮤추얼펀드인 페어홀름펀드는 올초 대비 자산가치가 26% 하락했다. 수익률로는 동종 펀드 311개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이들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IG 등 금융주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 이 밖에 제프리 알트먼의 아울크릭애셋매니지먼트는 9.3%, JP모건의 핸드브리지캐피털은 9.2%,빌 아크먼의 퍼싱스퀘어는 6.7% 손실을 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