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단체와 국책은행들이 삼성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 아이마켓코리아(IMK) 인수전에 본격 가세할 경우 가장 강력한 후보로 등장할 전망이다. 중소기업 단체가 인수하면 대 · 중소기업 상생이라는 명분을 살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외국계나 대기업 자본이 인수했을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비난이나 역풍을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가격적 평가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수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게 됐다. 정부가 대기업들의 잇단 MRO 사업 포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이후,대형 MRO 사업 운영에 간여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수수료 문제가 부각되고 중소유통업체 사업영역 침범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다양한 MRO 관련 규제안을 추진해왔다. 한 MRO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사실상 대형 MRO를 사회악으로 규정해놓고 정부가 이를 맡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중소유통업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컨소시엄이 IMK를 인수할 경우 국책은행과 중소기업단체가 중소유통업체와 경쟁하게 된다. 문구 유통조합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중기중앙회 등이 직접 MRO를 운영해 소속 중소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책은행과 중기중앙회가 IMK 인수 주체로 나설 경우 향후 사업 운영 과정에서 중소 문구,공구 업체들과의 갈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MRO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중소기업들에 과중한 부담을 준다"고 반발해 왔지만 인수 후 수수료를 크게 낮추기는 사실상 힘들다. IMK가 상장사인 데다 사모펀드(PEF)가 인수 주체로 나서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IMK의 수익성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결국 앞으로 수수료를 둘러싼 중소기업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중기중앙회와 국책은행들은 컨소시엄을 통한 IMK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컨소시엄 주도 기관에 대해서는 서로 '자신이 아니다'고 떠넘기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IMK와 관련해 제안이 있어 이제 들여다보는 단계"라며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에서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기중앙회는 이와 관련,"산업은행에서 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중기중앙회가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산은의 전언을 부인했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한 사모펀드에서 IMK와 관련해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실무자에게 관련 사안이 뭔지 알아보라고 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선 IMK 인수 관련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수 딜을 추진하고 있는 주체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회장으로 있는 티스톤파트너스"라며 "사모펀드가 관련돼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MRO

maintenance,repair and operation.기업에서 쓰는 소모성 자재를 말한다. 필기구와 복사용지 등 사무용품은 물론 청소용품 공구 등도 포함된다. 소모성 자재 구입을 대행하는 MRO 업체들은 보통 고객사별로 전용 온라인몰을 열고 가격을 고시한 뒤 판매한다.

고경봉/안대규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