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해법을 찾겠다.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를 해석하면서 내놓은 말이다. 복지를 늘려 달라는 요구와 함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걱정도 상당하다는 것을 감지했다는 것이다. 상반된 국민의 두 요구를 잘 수렴하겠다는 뜻이었다. 감세 철회는 이때부터 구체적인 검토가 시작됐다.

◆글로벌 재정위기가 변수

감세는 MB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이다. 세금을 낮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늘려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소득세는 소득 구간별로 8~35%이던 세율을 올해까지 단계적으로 6~33%로 낮추기로 했다. 최고 25%인 법인세율도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국회는 세수 확보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를 2년간 유예시켰다. 소득세 과세 표준 8800만원 이상에 대한 33%의 세율과 법인세 2억원 초과에 대한 20% 세율 적용을 2012년(귀속분)부터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재정 건전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 지출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복지 혜택을 확대하라는 정치권의 요구는 별개로 하더라도 정부 재정지출이 긴축 모드로 돌아설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감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 감세'는 서민 기조와 배치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 결과에 따른 재 · 보궐선거도 소득세 감세 철회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시장 재선거를 앞두고 '부자 감세'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서민 기조를 강화하려는 당 정책과 배치될 뿐 아니라 선거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한나라당은 이미 당론으로 감세 철회를 사실상 결정한 상태였다. 당 · 정 간 세제개편안 협의 과정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정책 변경의 명분이다. 재정부 내부에서는 최근 미국과 프랑스에서 나타났듯이 경기 회복과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증세를 예로 들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부자 증세와 함께 감세 혜택 중단 등을 포함한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수 증대 효과는 얼마나

내년 예정이던 소득세 최고구간(과표 8800만원 초과)의 세율 인하가 철회되면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의 국세통계 연보에 따르면 2009년(귀속분) 과표 8800만원 이상인 종합소득세 납세자는 총 13만1413명으로 전체 종소세 납세자의 4.7%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이 부담한 총 결정세액은 8조2591억원으로 전체 종소세의 69.96%를 차지했다.

납세 규모가 이렇게 크기 때문에 내년에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이 당초 예정대로 35%에서 33%로 내리지 않아 2%포인트의 세율 차이가 난다면 이들의 부담은 훨씬 커진다. 2009년을 기준으로 만약 최고구간 세율이 33%라고 가정하면 세액은 7조7871억원으로 35% 세율일 때보다 4720억원 줄어든다.

만약 지난해 말 국회에서 논의한 대로 최고 과표로 1억원이나 1억2000만원 구간이 새로 만들어져도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과표 1억원 초과 인원은 10만9706명(전체의 3.9%),신고 금액은 7조8963억원(66.89%)에 달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2009년은 금융위기 때여서 소득이 많이 줄어 그렇지만,경기 회복이 이뤄진 내년부터 철회가 적용되면 세수 차이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서욱진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