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액정표시장치) 장비업체들이 LG디스플레이와 맺었던 납품계약을 속속 뒤로 미루고 있다. LCD패널 가격 약세와 수요 부진으로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투자액을 연초 계획보다 1조원가량 줄이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IG에이디피는 당초 지난 5월부터 올 11월까지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기로 했던 LCD 장비 공급 계약 기간을 내년 4월 말까지 늦추기로 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423억원으로 작년 매출 대비 21.6%에 해당한다.

주성엔지니어링도 동일한 이유로 3월 LG디스플레이와 체결했던 572억원 규모의 LCD용 플라즈마화학증착기(PECVD) 납품 계약 종료 기간을 당초 이달 11일에서 내년 4월 말로 변경했다고 9일 공시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해당 계약 금액은 매출의 33%를 넘는 수준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참엔지니어링은 110억원 규모의 장비 납품 계약 중 26억원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LG디스플레이의 요청으로 계약기간을 당초 이달에서 내년 5월 말로 늦추기로 했다. 케이씨텍은 올 4월 LG디스플레이와 체결했던 358억원의 LCD 장비 공급 계약 중 87억원에 해당하는 부분은 내년 5월 말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황준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올해 설비투자 등에 5조4000억원을 쓸 계획이었지만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으로 이를 4조원대 초중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며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체결했던 LCD 제조장비 등의 공급 계약을 속속 내년으로 늦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