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동부화재 사장(59)은 32년 동안 동부그룹에서,그중에서도 28년간을 동부화재에서 근무한 '동부맨'이다. 1979년 동부그룹에 입사한 그는 1984년 동부화재에 합류한 뒤 보상과 영업 신사업 기획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다. 2009년부터 개인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을 지내다 2010년 5월 동부화재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발끝까지 동부맨'인 김 사장에게 직원들이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를 잘 아는 김 사장은 무엇보다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사장 취임 후 매달 '최고경영자(CEO)와 통(通) · 통 · 통' 이란 만남의 행사를 갖고 있다. 딱딱한 형식을 벗어나 호프집 극장 직원 사택 등 편안한 장소에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이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500여명의 직원을 직접 만났다.

김 사장은 직원들 개개인의 경조사를 직접 챙기는 '정(情)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숫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람 얼굴과 이름은 잘 기억한다"며 "직원들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는 꼭 가보려고 최대한 노력한다"고 말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김 사장 취임 후 조직문화가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바뀌었다"며 "지난해 10월에는 전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다이내믹 동부(Dynamic Dongbu)'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만드는 등 실상과 소통,자율의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습니다.

"손해보험업계의 치열한 외형 경쟁 속에서도 2010 회계연도(작년 4월~올해 3월)에 원수보험료(매출)가 전년보다 18.9% 성장한 7조113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상 기후와 사상 유례 없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도 효율적인 사업비 집행과 자산운용 수익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이 2884억원으로 전년보다 25.7% 증가했습니다. '성장'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죠.올해 원수보험료는 작년보다 12.5% 늘어난 8조원,순이익은 5.4% 증가한 3000억원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할 전략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수익성에 기반한 외형 확대 기조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수익성이 좋은 장기 보장성 보험과 우량 자동차보험 중심으로 영업을 활성화할 방침입니다.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심사) 역량을 강화해 불량 물건 인수를 줄이는 한편 우량 계약 물건은 손해율 안정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전국 고객서비스 센터의 심사 인력을 통합해 언더라이팅 센터를 신설했습니다. 올해부터 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한 보험업법이 시행된 만큼 불완전 판매를 줄이는 데도 힘쓸 것입니다. 전국 6개 고객서비스 센터장을 파견 감시인으로 임명해 모든 계약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불완전 판매 계약에 대해선 현장에서 바로 시정토록 하고 있습니다. "

▼최근 해외 진출이 활발합니다. 해외 사업 현황과 구체적인 진출 전략을 설명해 주십시오.

"우선 미국을 해외 거점시장으로 집중 공략할 계획입니다. 괌 하와이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5월 뉴욕에서 사업면허를 받아 미국 본토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뉴욕에서는 9월부터 영업에 들어갑니다. 다른 보험사들이 계열사 물건 위주의 기업성 보험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자동차보험 주택화재보험 등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집중할 것입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2월 중국 칭다오에 합자 중개법인을 세웠고,4월에는 베트남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습니다. 9월에는 인도네시아에도 새로 진출합니다. 2014년까지 해외 거점을 8개로 늘리고 1500억원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릴 계획입니다. "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때문에 손보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작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5%로 전년보다 3.7%포인트 뛰었습니다. 자동차보험 손익 분기점이 71% 안팎인데 7~8%포인트 높은 수준이죠.다행히 올해 1분기(4~6월) 손해율은 76.3%로 조금 낮아졌습니다. 정부에서 자동차보험 종합대책을 마련한 데다 차량 자기부담금 정률제,수리 전 정비견적서 제출 실시 등이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아요. 하지만 통상 7~8월 여름 휴가로 나들이 차량이 늘어나고 집중호우로 하반기 손해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

▼올 들어 농협 현대캐피탈 SK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잇따라 대형 보안사고가 터졌습니다. 보험회사도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보안 대책이 중요한데요.

"동부화재는 전사적인 관점에서 보안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글로벌 수준의 보안 체계를 만들기 위해 국제 보안 관련 표준 인증인 ISO-27001을 획득했고요. 매년 두 차례 심사를 통해 최초 인증 수준의 보안 체계를 유지 · 관리하고 있는지 평가받고 있으며,지적 사항을 보완하고 있죠.화재 지진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서울 서초동 KIDC 센터 내에 유사시 활용 가능한 재해복구센터도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부 해킹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TFT도 별도 운영 중입니다. "

▼보험사는 사실상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냅니다. 자산운용 실적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자산운용 이익 4871억원,운용 이익률 5.2%를 기록했습니다. 투자 자산별 운용 이익 및 이익률은 주식이 991억원(8.4%),채권 2153억원(5.0%),해외 192억원(3.8%),대출 1348억원(6.1%)이었습니다. 올해는 운용 이익 5800억원과 운용 이익률 5.0%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주식 비중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금리부 자산(채권 대출 등)과 준금리부 자산(일정 배당이 나오는 대체투자 등)은 조금 확대할 생각입니다. "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지난 7월을 기준으로 해외 자산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보면 해외 채권 5200억원,해외 수익증권 2600억원 수준입니다. 보유한 해외 자산은 대부분 금리부 및 준금리부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주식형 수익증권에서 평가손이 30억원 정도 발생했죠.시장 상황 변화에 과민하게 대응하기보다는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익스포저를 줄여 나갈 방침입니다. "

▼재택근무로 손보사 중 처음으로 BM(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받기도 했습니다.

"2007년 7월 손보업계 처음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9명이던 재택근무자가 지금은 고객상담센터 직원의 34%인 220명으로 늘었습니다. 긴급출동 접수,사고 접수,계약 변경,상담 업무,완전판매 모니터링 등은 재택근무로 처리하고 있죠.회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에게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직원들은 육아 등을 하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확대할 생각입니다. "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