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승부수'…"해외 광산기업 사들여 자원확보戰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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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호주 '코카투' 인수 막바지 협상…성사 땐 석탄 8억t 확보
연초부터 인수戰 준비…올 1조7000억 실탄 투입
연초부터 인수戰 준비…올 1조7000억 실탄 투입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2월 SK네트웍스가 지분 25%를 갖고 있는 '앵거스플레이스'라는 석탄 광구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칠흑처럼 어두운 지하 400m 갱도를 '드라이빙 러너'라는 픽업트럭을 타고 40분가량 달렸는데,얼굴에 석탄 가루를 잔뜩 묻힌 최 회장은 "대단하다"는 말을 연발했다고 한다. 앵거스는 호주 내에서도 생산효율면에서 '톱 5'안에 들 정도로 성공을 거둔 광산이다. 최 회장은 당시 맥쿼리 등 현지 금융권과도 접촉했고,이 때 호주 자원업체에 대한 인수 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올초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이 갖고 있던 석탄광물사업을 SK네트웍스로 이관했다. 원유 · 가스는 이노베이션이,광물은 네트웍스가 맡는 식으로 역할 구분을 했다. 최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 때부터 30여년간 이어져온 SK그룹의 경영 화두 중 하나는 '자원부국'이다. SK는 올해에만 해외 자원개발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코카투 인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원 强기업 SK네트웍스
해외 광물 회사 인수는 국내 자원 업계의 핵심 과제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광구 투자는 대부분 지분 25% 미만을 보유하는 금융 투자에 가까웠다"며 "광산을 직접 운영하고,개발 · 탐사 단계에서부터 유망 광산을 발굴하기 위해선 마이닝 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가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대우인터내셔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3월께 호주 석탄업체인 화이트헤븐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당시 예상 입찰 가격은 35억달러.중국 업체가 가세해 경쟁을 가열시키면서 인수 가격이 39억달러까지 뛰었고,결국 입찰이 무산됐다.
SK네트웍스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럽게 코카투 인수를 추진했다. 이미 주식 5.7%(작년 10월 기준)를 갖고 있었는데, 도이치뱅크 등 금융권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코카투 창업주의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코카투 인수가 성사되면 SK네트웍스는 석탄 보유량 면에서 광물공사를 제외하면 1위에 오를 전망이다. SK네트웍스가 스프링베일,앵거스플레이스,샤본,클라렌 등 4개의 생산광구와 중국 등에 보유한 개발 광구를 통해 확보한 총 가채매장량은 2억1000만t에 이른다. 코카투가 보유한 5개 프로젝트의 8억t까지 포함하면 총 10억t이 넘는 셈이다. 국내 연간 석탄 소비량이 1억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해외 M&A 잇따를 듯
전문가들은 해외 자원업체에 대한 M&A가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물산만해도 지난 6월 사장단 회의에서 이건희 회장이 자원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해외 자원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다. 미국 원유개발업체인 파라렐 페트롤리엄 인수에 대한 풍문이 떠돌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의 자원 전문 회사인 현대자원개발도 해외 자원업체 M&A를 준비중이다. 양봉진 사장은 취임 당시 단순히 광산 지분투자만 할 것이 아니라 자원 기업을 통째로 인수할 것임을 내비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