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대표적인 네트워크 치과인 유디치과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간 '발암물질' 공방이 거셌던 치과용 합금제품 'T-3'에 대한 입장을 23일 발표했다. 하지만 애매한 입장 탓에 양측이 이를 근거로 각자 주장을 정당화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T-3는 '도자기 치아'를 씌울 때 내부 구조물로 쓰이는 합금(치과용 비귀금속합금)이다. 유디치과가 도자기 치아를 씌울 때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치협 측은 이 제품에 1급 발암물질인 베릴륨이 다량 포함됐다고 주장해 왔다.

식약청은 T-3가 현행 베릴륨 함량 기준인 0.02%(중량 기준)를 초과했다며 전량 회수조치를 내리고 유통업체인 한진덴탈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어 "현행 기준치는 넘었지만 소비자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증기나 분진상태의 베릴륨에 10년 이상 장기 노출될 때만 발암 우려가 있을 뿐 이미 주조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식약청을 기습 방문한 유디치과 관계자는 "식약청이 우리 제품이 안전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국가별 함량 기준 차이 때문에 회수조치되긴 했지만 '발암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근거가 없음이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치협 측은 "전량 회수조치를 취한 것 자체가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유통업체뿐 아니라 기공소와 사용 중인 치과에 대해서도 즉각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치협은 공인된 기공사협회를 통해서만 제품을 구입하는데 협회 측이 '베릴륨 함유 제품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유디 측이 사용 물량을 고의로 축소 발표하거나 사재기해놓고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식약청의 관리 · 감독 소홀 문제도 일부 있었던 만큼 앞으로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베릴륨은 치과용 구조물을 주조할 때 기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일부 기공소에서 이용하는 물질이다. 현재 치과 제품의 베릴륨 함량 기준은 우리나라,유럽연합(EU),일본 등에서는 국제기준에 따라 0.02% 이하를 지키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2% 이하로 정해져 있다. 이번에 적발된 T-3의 베릴륨 함량은 1.8% 수준이다.

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