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23일 소형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들어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도요타와 포드가 차량 개발을 위해 기술제휴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드의 연구개발부문 책임자인 데릭 쿠잭 부사장은 이날 미시간주 디오번의 포드 본사에서 열린 양해각서 조인식에서 "양사 간 협력을 통해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축인 픽업트럭과 SUV의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구체적인 비용분담 비율과 기술인력 구성 방안 등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양해각서에 이은 정식 협정은 내년 중 맺을 예정이다. 양사는 하이브리드 엔진과 함께 차세대 자동차용 정보서비스(텔레매틱스) 분야에서도 기술협력을 할 계획이다.

전륜구동 방식의 승용차용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미 두 회사 모두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와 포드는 각각 '프리우스'와 '퓨전'이라는 브랜드로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후륜구동식 소형 트럭과 SUV의 하이브리드 엔진은 아직 만들지 못한 상태다.

도요타와 포드가 하이브리드 차량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연비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에 대해 '갤런당 54.5마일(ℓ당 23㎞)'의 연비를 요구하는 규제를 2025년부터 도입할 방침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연비 규제가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픽업트럭과 SUV도 강화된 연비 규제를 따라가지 못하면 미국 내 판매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기술력이 앞서고,포드는 트럭과 SUV 분야에서 미국 내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며 "개발 경비를 절감하고 세계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표준화를 선도한다는 목적도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오랫동안 제휴관계를 맺어오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GM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미국 합병공장에서 철수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