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 메모리가 감산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엘피다 등이 감산에 나서면 연일 급락하고 있는 D램 가격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두업체인 삼성전자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3일 엘피다가 감산을 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2일 엘피다와 미팅에서 아직 감산은 안했지만 9~10월에도 수요 회복없어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으면 기존에 확보한 700억엔을 빼서 사용할 것인지 감산을 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엘피다는 지난달말 20·30 나노 증산과 모바일 D램 신기술 적용라인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700억엔을 조달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엘피다의 감산 결정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전세계 반도체 D램 시장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는 엘피다가 실제로 감산에 들어간다면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업체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엘피다측이) 웨이퍼 뱅크 개념으로 웨이퍼 생산제품을 패키징단계로 보내지 않고 재고로 단기 보유하면서 시황 회복을 기다리는 전략도 해결책이 아님을 인정했다"며 "다만 엘피다만 감산하고 타 경쟁사가 출하를 증가시킬 것을 우려해 왔던게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업체도 PC 수요 부진의 구조적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엘피다가 감산한다고 숨겨둔 생산량 증가로 시장점유율이 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느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따라서 대만의 파트너 파워칩 생산 PC D램 중 파워칩 자체 판매 제품 3만장이 가장 먼저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전망이다. 파워칩은 월 12만장을 생산하는데 D램은 8만장이며 이 가운데 5만~6만장을 엘피다가 받아서 판매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결국 파워칩이 공급하는 PC D램 8만장(엘피다+파워칩+렉스칩 총 생산능력의 25~30%)이 잠재 감산 물량으로, 이는 전세계 생산능력의 3%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도 "현재 D램 가격이 현금 원가를 밑돌고, 변동비보다 높기 때문에 캐시버닝(팔수록 현금이 유출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며 "대만 쪽에 맡겨둔 일부 아웃소싱 물량부터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PC D램 가격 하락속도가 가파를 경우 렉스칩(Rexchip)도 감산 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렉스칩은 파워칩 자체 생산라인보다 미세공정이 상당히 앞서 있어서 마지막까지 더 버티는 라인이 될 가능성이 아직은 높다"고 분석했다.

엘피다 등 경쟁업체의 감산은 수요 축 개선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조정을 통한 저점 형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팀장은 "감산 관련 소식은 반도체 D램 가격에 대한 저점 형성에 시장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신호"라며 "길게 보면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공급업체들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PC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감산을 통해 공급부분이 조절되면 D램 가격에 하방경직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엘피다 등 경쟁업체들의 감산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 자체만으로 삼성전자 하이닉스에는 모멘텀(상승 계기)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박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D램 가격 급락으로 현금 비용 (Cash Cost)이 위협받고 업체 내 D램 재고는 증가하고 있어 9~10월 감산이 시작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감산은 D램 가격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주가 모멘텀도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 감산이 주가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박현 애널리스트는 "8월 하반월 D램 고정거래가격 발표 이후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때가 투자의 적기로 판단된다"며 "추가적인 거시경기 악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만큼 랠리는 기조적인 주가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근 연일 급락세를 나타냈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도 이같은 기대감에 급등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43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만1000원(3.04%) 오른 71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6%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이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