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애인대행…

보통 직장인들은 실수로 스팸메일을 열면 화끈거리는 사진을 누가 볼새라 후다닥 창을 꺼버리기 바쁘다. 그런데 바쁜 일과 중에도 틈만 나면 일부러 성매매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검색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천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남부경찰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성매매 범죄 단속업무에서 지방청 1위를 차지했으며 전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업무성과를 자랑하는 곳이다. 청소년범죄 검거율에서는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제열 계장은 "지표가 내려오면 반짝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꾸준히 성매매 사이트를 단속하고 폐쇄를 요청하는 등 바쁘게 지내온 결과물이다"라고 밝혔다.
젊은 형사들이 주축이 된 여성청소년계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SNS를 활용한다든지 트위터 등을 이용해 범죄의 실마리를 찾아내기도 한다. 특히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블로그 등에 만연해 있는 성매매 사이트 단속에 열의를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다.

갈수록 지능화되고 음성화되는 성매매.

최근 가출한 여중생 A양은 채팅방을 통해 만난 남성에게 호의를 갖게됐고 결국 오갈데가 없어 남성의 거처에 머무르게 됐다. 이후 남성은 성매매 카페를 통해 호객행위를 했고 A양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뜯어냈다.

이제는 집창촌 뿐만 아니라 마사지업소, 퇴폐이발소, 안마시술소, 룸클럽 뿐만 아니라 인터넷 채팅이라든지 블로그 등을 통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만들어진 성매매 카페는 회원 등급별로 사진을 공개하고 쪽지로 장소나 가격 등의 정보가 거래되기 때문에 단속에도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남부경찰서 김완수 형사는 밖에서는 미성년 절도, 성매매 등의 사건을 수사하고 서에 들어오면 인터넷에서 성매매 사이트를 검색해 해당 회사에 직접 팩스나 전화로 폐쇄를 요청한다.

김 형사는 "포털 사이트 카페 만들기가 얼마나 간단한가. 단 30초도 걸리지 않아 카페를 개설할 수 있다. 또 한명이 3개의 계정을 보유할 수 있고 수십개까지 카페를 만들 수 있다. 인터넷 성매매 사이트를 단속하는데 가장 힘든 점이 그점이다. 개설은 빠르지만 폐쇄는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 포털사이트 관계자와 접촉을 해보면 "게시물 삭제는 가능하지만 카페를 폐쇄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듣기 일쑤라고.

특히 발빠르게 성매매 블로그를 폐쇄시켜준 한국경제 측에 고마움을 표하며 언론사 사이트 중에는 폐쇄요청 문을 보내도 몇주가 지나도 처리가 안되는 곳도 많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리고 성매매 사이트를 개설한 사용자에 한해서는 영구탈퇴 조치를 취해야만 그나마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성매매 사이트 개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사례를 취합한 결과 성매매 사이트를 개설하는 사람은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곳에 사이트를 만들며 사이트가 폐쇄되면 그 즉시 또 다른 카페를 만들어 호객행위를 한다. 여성청소년계에서는 '영구탈퇴'가 불법사이트 개설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제열 계장은 "포털 사이트에서 인적사항을 넘겨준다면 본청과 협조해 그 명단을 각 경찰서로 보내 일선 경찰서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면서 "윤리경영 차원에서라도 최소한의 영구탈퇴 조치는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부경찰서에서는 이밖에도 관내 50개 초중고교에 학기마다 방문해 범죄예방교실을 열고 학교폭력이나 절도에 대해 학생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해 알려준다. 버스에서 주운 돈을 가지면 범죄에 해당한다거나 은행 인출기 위에 누군가 두고간 돈을 슬쩍해도 절도죄에 해당된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초등학교에 방문하는 김완수 형사는 어린이들에게 경찰로고가 새겨진 호루라기라도 선물로 줘서 범죄위험시 사용하게 하고 싶지만 예산부족으로 마음만 굴뚝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김형사는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가출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가출청소년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가 있다. 이 곳에서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성매매에 대한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하나 폐쇄하면 열개의 성매매 사이트가 새로 생겨나는 현실에서 이들의 노력이 더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도록 관련사와 관계부처의 관심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