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가 사실상 축출되면서 최근 약세로 접어든 국제 유가의 하락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는 지난 2월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하루 15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해왔다.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내전 발발 후 리비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조치를 내렸다.

AP는 리비아의 원유 수출량이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의 2%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고품질 원유가 많이 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리비아산 원유는 '유황 성분이 적은 원유(sweet crude)'여서 '유황성분이 많은 원유(sour crude)'를 정제할 만한 시설이 부족한 유럽 등에서 수요가 많다. 내전 초기 카다피가 석유시설 파괴를 명령했다는 소문이 돌자 유가가 폭등세를 지속했었다.

리비아가 수출하는 원유의 85%는 유럽에서 팔린다. 최대 고객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유럽으로 들어오는 리비아 원유의 3분의 1가량을 수입한다. 미국은 리비아 원유 수출량의 5% 정도를,아시아 국가들은 약 10%를 각각 수입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리비아 사태가 국제유가를 배럴당 10~20달러가량 인상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고 리비아 내전이 끝나더라도 국제 원유 시장에서 유가 하락의 효과는 제한적이고 가격 인하에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국제 원유 시장의 이슈가 공급 요인보다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세계 경기의 향배가 가격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전이 종식돼도 불안한 정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석유 생산과 수출 재개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변수로 지적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