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군 내부도 갈등…권력공백 장기화 우려
'포스트 카다피' 압델 잘릴 NTC위원장 유력
◆포스트 카다피 누구
카다피 이후 시대를 이끌 인물로는 무스타파 압델 잘릴 국가과도위원회(NTC) 위원장이 '0순위'로 꼽힌다. NTC는 시민군 대표기구로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합법적 정부로 인정받았다. 압델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 체제 아래에서 2007년부터 법무장관을 지냈으나 지난 2월 비무장 시위대를 향한 실탄 사격에 항의해 정부 각료로는 처음으로 사임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카다피의 42년 장기집권이 끝나도 안정을 위해 NTC가 존속하겠지만 8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간 안에 헌법에 따라 권력 이양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NTC에서 국방장관직을 맡고 있는 오마르 알하리리도 시민군의 선전과 더불어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1969년 카다피 주도의 쿠데타에 참여했지만 1975년 동료 장교들과 함께 카다피 정권 전복을 모의하다 발각돼 사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알하리리는 15년간 옥살이를 하다 1990년 감형돼 출소했다. 그는 토브룩에서 연금생활을 해 오다 NTC에 합류했다.
야전사령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칼리파 헤프티르 전 장군,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NTC 부위원장이자 대변인을 맡고 있는 압델 하피즈 고가 역시 차기 지도자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부족 간 갈등 소지 높아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NTC가 권력 이양 작업과 치안 보건 교육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리비아 안정화 팀'을 구성했다고 22일 보도했다. NTC 관계자는 "카다피가 물러나면 800명의 병사들이 치안을 위해 즉시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재체제가 42년간 지속되며 야당이나 시민 · 종교단체 등 카다피의 대체 세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 기간 권력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특히 리비아의 부족 수는 500개가 넘기 때문에 이들이 헤게모니 다툼을 벌일 경우 나라 전체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라크가 후세인 퇴진 이후에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눠져 갈등을 겪는 것과 비슷하다. 리비아 전문가인 조지 조페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카다피 정권 주축 세력인 카다파족이나 마가라족에 대한 보복이 일어날 수 있다"며 또 다른 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시민군 중 일부는 NTC를 합법적 정부라 부르는 것에 반대할 정도로 내부 불만이 크고 구심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시민군 최고사령관인 압둘 파타 유네스 대장이 내부 세력에 의해 피살된 것도 시민군 내 분열상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최근 리비아 서부 산악지대와 해안도시 미스라타 일대에서는 시민군이 해당 지역 주민들을 친카다피 성향이란 이유로 약탈 ·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미국과 프랑스는 최근 유엔의 제재결의에 따라 동결한 리비아 정부의 해외자산 중 각각 35억달러와 2억5900만달러를 임시정부에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돈이 전해질 경우 자금 운용을 둘러싸고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혼란이 잦아들 때까지는 유엔이 리비아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태훈/정성택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