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화가는 마술사였다. 전사들은 그가 동굴 벽에 그린 사슴에 창을 던져 맞히면 사냥터에서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믿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이서미 씨는 잊혀진 '마술사 화가'의 전통이 이 시대에도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동화적 상상력이 빚어낸 마법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구름 저편에서 식사를 즐기기도 하고 추억의 꽃길을 거닐기도 한다. 시공을 넘나드는 즐거움은 팝업이미지로 더욱 강화된다. 어린 시절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림책을 보며 우린 얼마나 열광했던가. 이 아침 그대 마법의 문을 두드리는 아이가 되어 보라.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