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등 떠밀려 기름값 인하…정유부문 실적 뜯어보니
기름값 3개월 한시 인하의 충격이 국내 정유사 실적을 크게 악화시켰다. 하반기 물가 안정을 목표로 정부가 또다시 기름값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업계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21일 정유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4~7%였던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 정제 부문 영업이익률은 2분기 1% 아래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공급가격을 ℓ당 100원 내렸던 GS칼텍스 등의 실적 악화가 뚜렷했다.

◆"사실상 2분기는 적자"

정유 4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지난 19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GS칼텍스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0.2%로 집계됐다. 매출은 1분기에 비해 10.9% 증가한 10조1056억원으로 불어났어도 영업이익은 93.1% 감소한 272억원에 그쳤다. 1분기 정유부문에서만 4247억원 흑자를 거뒀던 에쓰오일은 14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화학,윤활유 등 다른 사업 분야가 없는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영업이익이 1분기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24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0%에서 0.7%로 뚝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 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도 영업이익이 7132억원에서 971억원으로 감소했다.

2분기 아시아 시장에서 정제마진이 개선되며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선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에너지는 전 분기에 비해 11% 급증한 4321만배럴을 수출,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GS칼텍스도 2분기 수출액이 분기 최대인 8조200억원으로 수출이 전체 매출의 66%를 차지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100원 할인이 4월7일이 아니라 1일부터 시행됐다면 4사 모두 정유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도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100원 할인에 따른 손실은 약 2500억원,과징금 추가 손실은 1379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도 실적 전망 불투명

윤활유 등 신사업은 정유 사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실적에 버팀목이 됐다. 윤활유 부문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1분기 대비 각각 10%,49% 증가한 6729억원,130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GS칼텍스는 매출 규모가 정유 부문 대비 3.7%에 불과한 윤활유에서 3배가 넘는 94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에쓰오일은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이 1786억원으로 전체의 73.8%를 웃돌았다.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와 정부의 가격 압박 등 악재는 하반기 실적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9일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4달러6센트 급락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달러선으로 떨어졌고,상승세를 보이던 제품 가격도 휘발유(옥탄가 92)가 배럴당 4달러27센트 떨어진 116달러16센트를 나타내는 등 하락세다.

한편 지난 7일 ℓ당 1954원23전이었던 국내 주유소 보통휘발유 가격은 21일 1941원대를 기록,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정유사 공급가격이 이달 들어 2주 연속 떨어져 국내 주유소 가격도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