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중국 대도시 집값에 제동이 걸렸다. 다주택 소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구매제한령(限購令)' 등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이 약발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동산 가격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경제가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70개 도시 중 31개 도시의 7월 집값이 전월에 비해 떨어졌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그동안 중국의 집값 상승을 주도해온 4대 도시의 상승률은 모두 0%로 조사됐다. 이들 도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동시에 멈춘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평론가인 리이거(李一戈)는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전반적인 하락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도시에서는 주택 재고도 급증하고 있다. 베이징 중원부동산은 이날 베이징 상하이 등 11개 주요 대도시의 7월 주택 재고가 66만9000채로 6월 말에 비해 6.5%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4월 이후 다주택 구매를 차단한 '구매제한령' 정책을 도입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 정책에 따르면 해당 도시의 거주민은 집을 두 채까지만 살 수 있다. 또 그 도시에 거주하는 외지인들의 경우 1년 이상 세금을 냈거나 사회보장비를 부담했다는 증명서가 있어야만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베이징 상하이 선전 샤먼 광저우 등 5개 도시에 이 구매제한 정책을 우선 적용했으며 올 들어 중소 도시로 확대했다.

실제 구매제한령 적용을 받는 39개 도시들의 7월 집값은 전월 대비 평균 0.05%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중 난징 항저우 닝보 등은 집값이 떨어졌다. 반면 구매제한령 대상 지역이 아닌 31개 대도시는 집값이 0.14% 올랐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부동산 구매제한령을 100여개 도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집값 하락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던 중국 정부로서는 부동산 경기 둔화 조짐으로 또다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은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5%로 3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돼지고기값이 다시 반등하고 계란값이 치솟는 등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있어 8월에도 물가상승률이 6%를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증시 주변에서는 중국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될 경우 경기는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이 커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 중국은 전체 투자의 24%(올해 1분기)를 부동산에 의존할 정도로 부동산 비중이 크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