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믿기지 않는 일들이 쏟아져 나와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2분기에는 휴대폰 업계 '천하무적' 노키아가 스마트폰 1위를 애플에 내주고 삼성한테도 덜미가 잡혀 3위로 내려앉았다. 미국 통신업계의 자존심 모토로라는 적자에 허덕이다 최근 구글한테 팔렸다. 세계 최대 PC 메이커 HP는 자체 운영체제(OS)를 포기하고 하드웨어 부문을 분사하기로 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연달아 일어나는가. 크게 보면 헤게모니 시프트다. 세계 IT업계 주도권이 바뀌고 있다. 피처폰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PC 시대에서 포스트 PC 시대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HP 노키아 등이 주도권을 잃으면서 애플 구글 등이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이 세계 시장을 흔들고 있다.

◆'쇼크'의 진원지는 애플 아이폰

진원지는 애플 아이폰이다. 2007년 6월 아이폰이 나온 후 휴대폰 시장은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갔다. 휴대폰 최강자였던 노키아는 아이폰 등장 4년 만인 지난 2분기에 스마트폰 세계 1위를 애플한테 빼앗겼다. 노키아 휴대폰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고 시장점유율은 작년 2분기 30.3%에서 올 2분기 22.8%로 곤두박질했다. '천하무적'이 한순간에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노키아는 위기를 감지하고 작년 가을 마이크로소프트 간부인 스티븐 엘롭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엘롭은 노키아를 '불타는 플랫폼'이라고 표현하더니 노키아 자체 플랫폼인 심비안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을 주력 플랫폼으로 채택했다. 한 마디로 '노키아 쇼크'였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도 모바일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모토로라 역시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토로라는 아이폰이 나오기 직전인 2000년대 중반 '레이저'라는 슬림폰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후속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해 고전하는 판에 아이폰이 나오는 바람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최후수단으로 '안드로이드 올인' 전략을 펼친 덕분에 추락을 면했고 최근 125억달러를 받고 구글에 팔렸다. '모토로라 쇼크'다.

◆기회 잡은 구글,위기 면한 삼성

아이폰 덕에 기회를 잡은 기업도 있다. 구글과 HTC다. 구글은 2005년 신생기업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2007년 개방형 플랫폼으로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모바일을 탑재해 스마트폰을 만들던 삼성 모토로라 등은 처음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폰 등장 후 윈도모바일로는 경쟁할 수 없다고 판명이 나자 재빨리 안드로이드에 매달렸다. 구글이 적시타를 친 셈이다.

이 과정에 대만 HTC는 변방의 무명 선수에서 스타로 떴다. 구글은 휴대폰 제조 경험이 없어 HTC와 손을 잡고 레퍼런스폰(견본으로 제시하기 위한 폰)을 개발했다. HTC가 안드로이드 선봉장 역할을 했다. 이어 모토로라가 '안드로이드 올인'을 선언하고 삼성이 안드로이드폰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안드로이드폰은 아이폰 라이벌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으로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PC업계 1차 도전은 실패

애플이 2010년 4월 아이패드를 발매하면서 전선은 휴대폰 시장을 넘어 PC 시장으로 확대됐다. PC 메이커들은 애플이 아이패드를 들고 폰-PC 접경지역으로 공격해 오자 일제히 태블릿 개발에 들어갔다. 1위 메이커 HP는 물론 델,에이서,레노버,도시바 등이 예외없이 태블릿 시장에 뛰어들었다. HP 터치패드,델 스트릭,에이서 아이코니아탭,도시바 스라이브….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PC 메이커들이 내놓은 태블릿이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은 태블릿을 'PC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플의 경우 아이패드를 2000년대 초반부터 개발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아이패드를 개발하다가 '스마트폰으로 먼저 내놓아도 괜찮겠다'고 판단해 아이폰을 개발했다. 휴대폰 시장을 휩쓸었던 쓰나미가 이제 PC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