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임 후 中企 재취업…"첫 입사 때보다 기뻤죠"
대기업 퇴임 후 中企 재취업…"첫 입사 때보다 기뻤죠"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서 전무로 퇴임한 김종식 씨(64).그 경력을 인정받아 이후 3년간 중견 기업에서 영업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고,다시 2년간 1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사장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더 이상 김씨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50여곳의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작년 초의 일이다. 63세라는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고위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찾던 김씨는 차츰 생각을 바꾸게 됐다. '내가 찾는 것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마음을 갖게 되자 수많은 가능성이 보였다. 김씨는 무역협회 중견전문인력고용지원센터를 통해 한 의료장비 수입 판매 업체와 연락이 닿았다. 김씨는 "연봉이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며 웃었다.

그동안 '잡투게더 캠페인'을 통해 중 · 장년층 재취업 알선에 나서온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대기업들과 손 잡고 재취업 사업을 강화한다. 무역협회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와 한경은 19일 삼성전자,LG그룹,포스코,KT 등과 중견전문인력 재취업 지원을 위한 협력약정을 체결한다. 기업들은 재취업을 희망하는 퇴직자 정보를 무역협회에 제공하고 무역협회는 이들 인력의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을 찾아 알선하게 된다.

고용지원센터는 무역협회와 한경이 2009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하는 잡투게더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 개설됐다. 지금까지 513명의 장년 퇴직자의 재취업을 알선하며 고령화 문제 개선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의 성공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종식 씨는 이 센터를 통해 인생의 2라운드를 뛰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과거 대기업 전무로 일했던 김씨는 임원실이 아닌 일반 사무실에서 일한다. 커피를 직접 타 마시고 복사기와 팩스 사용법도 익혀야 했다. 하지만 입사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은 국제 업무에 정통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김씨가 속한 미국 거래 부서 외에 일본이나 독일 거래를 담당하는 다른 사업부에서도 서류를 들고 찾아온다. 김씨는 "아들,딸 같은 젊은이들과 같이 호흡하니 젊어지는 것 같아 좋다"며 "책임자로 있으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없어지자 일이 한층 즐거워졌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 업체에 근무하는 장상배 씨는 보험사에서 퇴직한 후 대리운전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가 2011년 1월 지금 소속된 회사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합류하게 됐다. 지금은 이사로 재직하며 자신의 경험을 살려 시장 발굴과 영업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장씨는 "이렇게 땀 흘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전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며 "꿈을 꾸는 데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