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인 아내의 외출과 음주를 막으려고 쇠사슬을 채운 남편의 '어긋난 사랑'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A(49)씨는 지난해 초부터 아내 B(55)씨의 알코올중독 증세가 심해져 견디기 어려웠다. 아내와 시각장애(6급)가 있는 아들(9)을 위해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상황에서 하루가 멀다고 술을 찾는 아내가 살림과 양육을 포기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아내의 외출을 막았지만 여의치 않자 남편은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방법을 찾아냈다. 길이 2.13m, 무게 3㎏에 달하는 쇠사슬에 고리를 만들어 아내 목에 채운 뒤 쇠사슬 끝을 집 안에 있는 찬장에 묶어 자물쇠로 잠갔다. 그래도 아내 목에 상처가 날 것을 우려해 수건을 둘렀고, 쇠사슬 길이를 화장실과 냉장고가 있는 곳까지 닿도록 넉넉히 했다. 광주시 내 다른 동네에서 1년여 전부터 이런 식으로 아내의 알코올 중독 증세를 막아보려 했지만, 이웃의 따가운 시선은 피하기 어려웠다. 결국, 한두 달 전 지금 사는 동네 빌라 2층으로 집을 옮겼다. 그러나 A씨의 이같은 어긋난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6일 오전 11시20분께 쇠사슬에 묶인 채 집에 혼자 있던 아내가 창문 밖을 지나던 택배기사에게 구조를 요청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아내는 찬장에 고정해 놓은 쇠사슬 고리를 몸부림쳐 뜯어냈지만, 남편이 출입문을 집 밖에서만 열 수 있게 해놓고 이날 새벽 일을 나가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전날 밤부터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파출소에서 조사하는데 B씨한테 술 냄새가 진동했다"고 전했다. 이 경찰관은 "B씨가 남편을 처벌할 의사가 없고 자신을 알코올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광주가정폭력상담소 김영화 소장은 "A씨의 아내가 경찰관과 함께 상담소로 왔을 땐 이미 술에 취해 인사불성 상태였다"며 "그러나 아내 몸에 쇠사슬을 묶은 행동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남편에게 묻고 싶다. 어찌 됐든 두 분 다 상담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감금 혐의로 남편 A씨를 불러 조사한 뒤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인터넷뉴스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