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생태계를 흥분케 하라
'위탄(위대한 탄생)'과 '나가수'가 한국 국민을 흥분시키고 있다. 닫힌 가수생태계를 열린 생태계로 바꿨기 때문이다. 닫힌 정원(walled garden)의 플랫폼이 열린 결과,늘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식상해 있던 무대에 전국 방방곡곡의 숨은 가수가 등장했다. 이것이 열린 정원(open garden) 플랫폼의 위대함이다. 플랫폼 전략이란 미국 하버드대 안드레이 학주 교수의 말처럼 기업이라는 틀을 넘어 생태계를 창조해가는 전략이다. 여기서 플랫폼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생태계 창조자가 돼야 하고,이를 위해서는 관중을 흥분시키는 설계자와 PD(program director)가 돼야 하며,이들은 지배자가 아닌 지휘자가 돼야 한다.

'국민을 흥분시켜라.' 이것이 위탄과 나가수 PD의 핵심과제였다면,'앱 생태계를 흥분시켜라' 이것이 스티브 잡스의 핵심과제이다. 그 결과 애플은 앱 생태계 창조에 성공했고,콘텐츠 장터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서울역 플랫폼은 어떤 곳인가? 기차표를 파는 곳이 아니라 흥분과 뜻밖의 재미를 파는 곳이다. 그래서 하드웨어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흥분과 재미가 많을수록 서울역 주변의 생태계가 발전한다. 만일 플랫폼에 흥분이 없으면 녹슨 기차(하드웨어)만 남는다. 성공하는 플랫폼은 '해결책의 집합(Platform as a Set of Solution)'을 넘어 '흥분의 집합(Platform as a Set of Serendipity)'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위탄 모델과 나가수 모델이 대한민국을 흥분시키고 있는 동안,구글은 모토로라를 전격 인수해 스마트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결국 구글이 애플을 따라가는 플랫폼 경쟁을 시도하고 있다.

애플의 생태계란 제품생산의 폐쇄적 수직결합 구조와 콘텐츠 생태계의 열린 플랫폼 전략이 특징이었다. 즉 애플은 아이팟이나 아이폰이라고 하는 하드웨어에 관한 한 독점 공급이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제품을 폐쇄적으로 폭스콘에서 외주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나 노키아에 제조를 허용치 않았다. 반면 콘텐츠 개발분야는 아이튠즈 앱스토어처럼 개방적 열린 생태계로 만들어 '군중의 지혜'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생태계를 창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비해 후발자인 구글은 생산과 콘텐츠를 모두 개방하는 플랫폼 전략을 통해 애플에 대항해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OS의 공급자가 되는 대신,하드웨어 시장은 휴대폰 제조사들에,콘텐츠와 앱 시장은 외부의 수많은 전문 업체들에 완전히 개방해왔다. 이 속에서 한국의 삼성이나 LG는 하드웨어 공급업체로서 상당한 시장을 확보해왔다. 그런데 엊그제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애플과 같이 폐쇄적으로 생산하는 대신,콘텐츠 생태계는 '구름(cloud)의 지혜'를 활용하는 창조자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가 '구름'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보기술(IT) 자원에 접속하고,공급자도 클라우드를 통해 IT 자원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산업 흐름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디지털 시대에서 스마트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소니의 시대가 삼성의 시대로 바뀌었다. 그런데 스마트 시대가 진행될수록 애플이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화란 소프트웨어화이다.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이다.

이처럼 스마트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능력의 진화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닫힌 동물원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열어가는 과감한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위탄'이나 '나가수'의 열린 혁신 모델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열리면 또 한번 한국의 산업을 흥분시키게 될 것이다. 애플과 구글의 교훈은 우리는 지금 스마트화의 위기이고,콘텐츠시장의 후진성이 우리 기업생태계의 약점임을 잘 지적해주고 있다.

김기찬 < 가톨릭대 경영학 교수 / 한국중소기업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