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1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하는 과정에는 해프닝이 있었다.

허 회장은 공청회 전날인 지난 16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가 총수를 맡고 있는 GS그룹 측은 "해외 기업과의 불가피한 비즈니스 미팅 선약이 잡혀 있어 해외 출장을 갔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16일 오후 지경위에 허 회장이 비즈니스 사정상 출국해 공청회 참석이 불가능하고,정병철 상근부회장이 대신 참석할 것임을 통보했다.

그러나 공청회 전날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 통보를 한 점이 국회를 자극했다.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허 회장의 출국 사실을 안 직후 전경련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 상당한 압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이 공청회에 끝내 불참할 경우 성격을 청문회로 바꿔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게 그 요지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공청회와 달리 청문회에 불참할 경우 검찰에 고발될 수 있으며 9월 국정조사에서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엄포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분노'는 그대로 허 회장에게 전달됐으며,허 회장은 이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허 회장은 공청회 당일인 17일 오전 7시께 전경련 측에 참석 의사를 전해왔다. GS 관계자는 "공청회 참석을 위해 일정을 최대한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9시15분 일본 도쿄발 대한항공 KE2712편을 타고 오전 11시30분 김포공항에 도착,공청회가 시작된 지 1시간 가까이 흐른 낮 12시께 국회 공청회장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공청회에서 타깃이 됐다. 국회의원들은 "얼굴 보기 힘들다""왜 이렇게 모시기 힘든가. 자유민주주의,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하느냐"는 등의 거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허 회장이 당초 불참 통보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제단체장을 죄인 취급하는 의원들의 오만한 태도는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윤성민/김형호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