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꼬끄스포르티브,데상트,먼싱웨어 등을 수입 · 판매하는 데상트코리아에선 얼마 전 '성과급 잔치'가 열렸다. 올 상반기 매출(1585억원)이 작년 상반기(1049억원)보다 51%나 늘어난 걸 자축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가 부장급 이하 직원 200여명에게 푼 돈은 25억5000만원.직원 1인당 평균 1300만원씩 '보너스'를 받은 셈이다.

권유나 데상트코리아 마케팅팀 과장은 "2~3년 전만 해도 운동화 한 켤레,트레이닝복 한 벌로 1년 내내 버티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운동화와 운동복을 색상별 · 기능별로 여러 개 구입한 뒤 번갈아 입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와 캐주얼 브랜드에 밀려 상당 기간 침체기를 겪었던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걷기 열풍'과 '몸짱 신드롬'에 힘입어 운동화와 운동복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의 올 1~7월 스포츠 브랜드 매출(전점 기준)은 작년 동기보다 36.6% 증가했다. '잘 나간다'는 명품(29.2%)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같은 기간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도 각각 41%와 32% 성장했다. 김주성 롯데백화점 스포츠 담당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운동화가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하면서 1인당 신발 구매 건수가 늘어난 데다 운동화 구매층이 40~60대로 확대된 덕분"이라며 "아웃도어 옷 가격이 비싸다 보니 스포츠웨어로 눈을 돌린 사람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3~4년 전만 해도 영 패션 시장을 장악한 캐주얼 브랜드와 중 · 장년층용 나들이복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아웃도어에 밀려 고전했었다. 롯데백화점에선 2005년(-0.2%),2006년(-1.3%)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였다. 스포츠 브랜드들이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것은 2009년.뉴발란스 데상트 스케처스 등 해외에서 검증받은 브랜드들이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데다 프로스펙스 리복 등 기존 브랜드들이 워킹화 토닝화 등 기능성 운동화 시장을 연 덕분이었다. '빅3 백화점'에서 스포츠 브랜드 매출 성장률은 2009년을 기점으로 30% 안팎의 고성장세로 돌아섰다.

백화점들도 앞다퉈 스포츠 매장 확대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서울 영등포점의 스포츠 매장 규모를 615㎡에서 1421㎡로 2.3배 늘린 데 이어 소공동 본점(1047㎡→1355㎡)과 잠실점(870㎡→1454㎡)의 스포츠 매장도 늘리기로 했다. 오는 11월께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장하는 부천 중동점에는 1861㎡에 달하는 수도권 최대 스포츠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동 본점 4층에 있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와 노스페이스 K2 등 아웃도어 브랜드를 지하 2층으로 옮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본점 지하 2층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과 곧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명당'으로 꼽힌다"며 "최근 울산점을 리뉴얼하면서 스포츠 브랜드 공간을 476㎡에서 892㎡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지난 4월 인천점을 리뉴얼하면서 스포츠 브랜드에 1606㎡짜리 공간을 내줬다. 나이키가 차지하는 공간만 462㎡에 달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