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월요전망대'] 우리금융 민영화, 악재 뚫고 성공할까
지난주 경제부처와 금융당국 수장들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온 표현은 '과도한 반응'과 '제한적 영향'이다. 펀더멘털이라는 단어도 자주 나왔다. 요약하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며,위기의 영향은 제한적이니 과도한 반응은 자제하라'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2008년 금융위기 때도 '펀더멘털론(論)'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국은 다르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의 '베타값'(대외변수)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도 정부당국자의 말보다는 해외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 간부들도 출근 전 새벽에 마감되는 미국과 유럽의 시황부터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우리정부뿐만 아니라 미국도 획기적인 해결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린 지 1주일이 지났고 미국과 유럽이 모두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불길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S&P에 일격을 당한 미국정부가 내놓은 방안이라는 게 S&P의 사전 정보유출과 내부자 거래 조사에 착수하는 '화풀이'수준이다. 미 국채를 팔 수도,보유할 수도 없는 달러의 함정에 빠진 중국 역시 미국을 향해 감정풀이만 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 정부도 방화벽을 쌓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불길이 워낙 거세다.

이번주에도 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자신있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공포심리에 의한 장세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유일한 굿 뉴스다.

사태의 진행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번째 고비는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다. 최근 유로존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어떤 처방이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주 프랑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으로 휘청거린 시장을 가까스로 잠재운 건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었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다.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은 양날의 칼이다. 기대를 충족하면 불을 끄는 '물'이 되지만 수준에 못 미치면 곧바로 '기름'이 된다.

국내 경제지표 발표 일정은 한산하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7월 어음부도율 동향,19일 예정된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통계청) 정도다. 어음부도율은 최근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가계동향은 급격한 물가상승이 가계소비와 실질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는 17일 우리금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다. 골드만삭스의 참여로 새로운 국면을 맞긴 했지만 부진한 흥행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인수가격과 인수의향 지분,투자자 컨소시엄 등 세부 조건이 중요하다. 민영화 성공 여부와 함께 해외자본의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전망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악재도,호재도 될 수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우리 · 신한 · 하나 · KB · 산은 5대 금융지주사 회장과 간담회를 갖는다. 외화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유럽계 은행의 신용경색에 대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차입선을 다변화하고 단기 외화차입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안정을 위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을 주문할 가능성도 높다.

이심기 경제부 차장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