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글로벌 신뢰의 위기" -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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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글로벌 신뢰의 위기다.각국 지도자들이 금융시장의 혼란을 치유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원인에 대해 13일 이렇게 규정했다.
일주일 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사상 처음으로 강등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예고된 시점에 전세계 내로라할만한 유명인사들은 제각각 전화통화를 하며 이번 사태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런 통화의 홍수는 마치 지난 2008년 당시 금융위기를 맞아 각국 대통령과 총리, 장관, 중앙은행 총재 등이 비상대책을 숙의하던 때를 방불케 했다.
휴가를 맞아 이탈리아 알프스를 방문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리비에라 해안에서 휴식 중이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이 모두 통화를하며 어떻게 하면 월요일 시장이 열렸을 때 재난을 피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각국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들은 서로에게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실제로 나온 조치는 별것이 없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 7일 미국과 유럽 각국이 지난몇 주 동안 취한 '결단력 있는 조치'들에 대해 서로 칭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 하나를 달랑 발표했을 뿐이다.
그 결과 8일 뉴욕 주식시장이열렸을 때 다우지수는 635포인트나 폭락했다.
지난 한 주간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문제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금융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과연 이 두 대륙에서 불거진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받았다.
하지만 세계 지도자들은 이 위기를 맞아 다음에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주식시장은 널뛰기를 계속하고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투매했으며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이어 프랑스와 영국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8년의 위기가 금융시장에서 비롯됐다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정부에서 시작됐다.
2008년의 경우 선진국들은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고 전례 없는 일련의 조치들을 시행한 반면 오늘날은 상황이 뒤바뀌어 시장이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2008년에 각국이 위기대응을 위해 하나 된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은 부채문제 대응에서 미국과 유럽이 보여줬던 것처럼 상호 긴장과 오해로 점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