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10대 중 3대는 디젤…200원 싼 경유값 덕에 '씽씽'
수입차 판매량 중 디젤 차량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기름값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휘발유 대신 디젤 차량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수입차 업체들도 디젤 모델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소비자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ℓ당 200원 싼 디젤 인기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CA)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판매된 6만523대의 수입차 중 디젤 모델은 2만741대로 34.4%를 차지했다. 디젤 수입차 판매비중은 지난해 말 25.4%에서 7개월 만에 9%포인트 높아졌다. 대신 가솔린 차량 비중은 62.3%로 떨어졌다.

KAICA 관계자는 "가솔린보다 가격이 싸고 연료효율도 좋은 것이 디젤차의 인기 요인"이라며 "소음과 진동이 줄어들고 승차감이 좋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935원8전,자동차용 경유는 1767원41전으로 경유가 167원67전 낮다. 지난해 연평균가격도 보통휘발유(1710원41전)가 자동차용 경유(1502원80전)보다 207원61전 비쌌다.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도 디젤 모델인 BMW 520d였다. 1~7월 누적 판매량 순위에서도 BMW 520d(3위),폭스바겐 골프 2.0 TDI(7위),BMW 320d(8위),폭스바겐 CC 2.0 TDI 블루모션(9위) 등 4종의 디젤 모델이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BMW는 디젤 모델 판매량이 가솔린보다 많을 정도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디젤 모델인 320d 판매량은 1706대로 가솔린 모델인 320(834대)보다 두 배 이상 많았고 올 상반기에도 디젤 판매량이 더 많다"고 말했다.

◆수입차 "디젤 차종 늘려라"

수입차 10대 중 3대는 디젤…200원 싼 경유값 덕에 '씽씽'
수입차 업체들은 디젤모델 라인업을 확대하며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10일 주력 차종인 A4의 디젤 모델 'A4 2.0 TDI 콰트로'(4460만원 · 부가세 포함)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BMW코리아도 SUV 차종인 X시리즈의 신규 모델 5종을 내놨다. 이 중 기존 뉴 X3에 3.0ℓ 디젤엔진을 장착한 뉴 X3 xDrive 30d'(7350만원),'X3 xDrive 30d High'(7750만원) 2종과 'X5 xDrive 40d'(1억690만원),'X6 xDrive40d'(1억1140만원) 등 4종이 디젤 차량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지난 6월 C클래스의 디젤 모델인 'C220 CDi 블루이피션시'(5370만원)를 내놓았다. 벤츠 관계자는 "디젤 모델은 엔진에 커먼레일시스템과 같은 고가 부품이 장착되기 때문에 가솔린 모델보다 100만~200만원가량 비싸다"면서 "하지만 C220의 연비가 16.8㎞/ℓ로 휘발유보다 좋아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디젤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있었지만 유럽 브랜드들이 양질의 '클린 디젤' 모델을 내놓으면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국산차 중 디젤은 SUV가 대부분이고 디젤 승용차는 종류와 판매량이 적은 편이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클린 디젤' 차량은 연료 효율이 가솔린차에 비해 좋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 과정에서 친환경차 범주에 편입됐지만 여전히 디젤차 보유자는 매년 5만~12만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친환경차이지만 하이브리드에만 세제지원 혜택을 주는 등 정부가 휘발유와 하이브리드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국내 업체들은 디젤엔진 개발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