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지난 10일 계열사인 KB자산운용에 주식투자 자금 5000억원을 위탁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요즘이 주식투자의 적기란 판단에서다.

은행들이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우량주의 낙폭이 과도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데다 '기관투자가'로서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각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 · 하나은행 "주식비중 확대"

국민은행이 대규모 주식 투자에 나선 것은 카드 사태가 터진 2003년 이후 8년 만이다. 국민은행은 김정태 행장 지시로 2001년 9 · 11 테러와 2003년 카드사태 직후 대규모 주식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올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어윤대 회장을 비롯해 KB금융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이 최근 회의를 열어 주식투자에 적합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했다"며 "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계열사 간 시너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이미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량주 낙폭이 과도하다는 인식 아래 이번 주부터 시장에서 일부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며 "향후 주가가 더 빠지면 매수 물량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투자 규모와 관련,이 관계자는 "자기자본과 비례해 투자 한도가 정해지는 구조여서 투자 여유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하나은행이 최소 2000억~3000억원의 투자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주식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부분의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에 현재 주식 비중이 미미한 편"이라며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투자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투자를 결정하면 2000억원 이상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 CEO도 "위기는 기회"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도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금융주 하락폭이 특히 커 주가 반등 때 높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책임경영 의지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 회장은 지난 4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KB금융 주식 1만256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를 통해 총 보유주식을 3만770주로 늘렸다. 11일 종가 기준 평가액만 12억3080만원에 달한다. 임영록 사장과 윤종규 부사장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0일 자사주 20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최범수 부사장도 같은 양만큼 사들였다. 이날 기준으로 각각 9200만원 규모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 증시 폭락 이후 3000주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자사주 보유량을 5만6000주로 확대했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도 최근 자사주 2000주를 주당 3만3650원에 매입했다.

조재길/이상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