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豪雨)에 지쳐가지만... 시장 거리에 피가 흥건해지고 있다. 하락폭은 물론이고 속도 면에서도 지난 9.11테러 때나 혹은 금융위기 상황에 빠지지 않을 정도다. 금융위기가 MBS, 즉 부동산 채권의 위기였다면 이번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너무 과도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포의 원인이 될 것이다.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연준 마저도 지난 FOMC 회의에서 무력함을 보여줬다. 이미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어도 실업률을 낮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는 연준이 더 이상 구원자가 아니라는 현실과 나올만한 증시 부양책은 거의 대부분 나왔다는 불안감에 채권 장단기 금리차이는 10개월 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급격한 1차 하락 이후 겨우 안정을 찾던 증시에 또 다시 프랑스가 휘발유를 끼얹고 있다. 휴가를 갔던 사르코지가 휴가를 중단하고 각료회의를 주재했다는 것이 시장에 강력한 의심을 주기 시작했는데, 지난 2009년 3월 최악의 상황에서도 100BP를 넘지 않던 프랑스의 CDS 프리미엄이 175BP를 넘었으니 시장의 루머가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았을 터... GDP 대비 7%에 달하는 재정적자와 이미 95%에 육박하는 정부 부채가 지금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지난 목요일 새벽 독일과 프랑스를 동시에 5% 넘는 폭락장을 만들었다.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미국 일본 다음으로 채권을 많이 발행한 나라다. 일본은 AAA 등급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 이어 프랑스마저도 AAA 등급을 잃게 된다면 정말 달갑지 않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당장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도와야 하는 처지인데 자신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독일 혼자서 도와야 한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독일이 힘이 쎄다고 해도 혼자서 유로존의 문제를 책임지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시장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나가 해결되면 더 큰 악재가 또 터지고 있다. 사태가 불거지자 무디스가 프랑스는 AAA 등급이 마땅하고 전망도 안정적이라고 곧장 성명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신용평가사의 전망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치적인 관점에서 매도 클라이막스는 조만간 나타날 공산이 크다. 이미 오바마의 최대 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티파티 진영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이제는 영웅이 망토를 걸치고 나설 차례다. 버냉키와 오바마가 만났다면 뭔가 대책을 제시하게 될 수도 있다. 필자가 고대하던 버냉키의 필살기가 나와 극적으로 시장을 돌리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현재 1조 6천억 달러에 달하는 초과지준에 대한 이자율을 0.1% 이하로 낮춘다면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이 풀릴 수 있다. 고통스러운 나날이다. 하지만 이 장대비도 조만간 그칠 것이다. 인터넷뉴스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