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에서 수학 · 컴퓨터공학을 전공 중인 피터 장 씨(22)는 지난 6월부터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의 취업 웹사이트에서 한국의 현대카드 · 캐피탈이 낸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왔다"며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어 친숙했고 한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여서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해외 유수 대학의 외국인 인턴이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 국내 대표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까지 번진 한류 열풍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아이비리그서 80여명 몰려

현대車에 꽂힌 하버드생 "현대카드 OK!"
현대카드 · 캐피탈은 지난 6월부터 오는 19일까지 8주간에 걸쳐 '서머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정규직 해외인력 채용에 대비, 우수 인재를 사전에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외국인 대학생 인턴을 선발했다.

올초 미국 대학을 중심으로 인턴 선발을 공고한 회사 측은 지원자 이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를 일컫는 아이비리그에서만 80여명이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회사 측은 서류 및 두 번의 면접 등을 거쳐 고심 끝에 장씨와 같은 외국인 대학생 10명을 선발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 캐피탈 사장은 "외국 학생들의 많은 지원에 놀랐다"며 "우리가 발굴한 인재들이 회사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 중국 독일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이들 대학생은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국제금융팀 △글로벌기획팀 △HR기획팀 △브랜드기획팀 등에서 담당 업무를 비롯해 개인 및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우수한 성적을 낸 인턴을 정규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 후광 '톡톡'

현대카드 · 캐피탈은 인턴 채용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국제금융팀에서 근무 중인 제이 파텔 씨(21 · 뉴욕대 통계학과)는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도요타를 위협하는 회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며 "마침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각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도 외국인 대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로잔 라이 씨(24)는 "한국의 대중가요를 듣게 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알게 됐고 더 많은 것을 직접 한국에 와서 배우고 싶었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브레아 데이븐포트 씨(22 · 듀크대 산업공학과)도 비슷하다. 그는 "한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떨어진 국가임에도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이 경험해 친숙하다"며 "글로벌 시대에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의 근무 경험은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미래 사업 전략 일환

일부 회사는 미래 전략 차원에서 외국인 인턴의 출신 국가를 고려하기도 한다. 자원개발 사업을 위해 최근 자원부국인 칠레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대학생 인턴을 뽑은 LS니꼬동제련이 대표적인 경우다.

LG상사도 지난달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등 외국인 대학생 8명을 선발, 인턴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LG상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석탄 사업 등을 맡아 이끌어 갈 해외 지사 요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발했다"며 "인턴 근무 후 정식 채용 과정을 거쳐 해외 지사에서 근무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