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들이 잇따라 굴욕을 당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와 폴슨앤드코의 존 폴슨 회장 등이 주인공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로스가 운용하는 펀드는 작년까지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8.7%로 다른 펀드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였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연초에 국채를 대거 매도,수익률이 4.1%로 추락했다.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될 것을 몰랐던 것.그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상당 기간 평균 이하의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새로운 환경과 기준을 뜻하는 '뉴 노멀(new normal)'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당시 로렌스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등이 그의 주장을 반박했으나 최근 위기로 그의 가설이 옳았다는 게 입증됐다.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버블 붕괴에 베팅해 150억달러의 대박을 터뜨렸던 폴슨 회장도 굴욕을 면치 못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폴슨앤드코의 대표 펀드인 어드밴티지펀드는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21.5%의 손실을 기록했다. 또 다른 펀드인 어드밴티지플러스펀드는 31%나 하락했다. 전체 헤지펀드의 평균 손실률(6.1%)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폴슨이 미국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해 주식 비중을 높인 게 화근이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그룹 등 금융주에 베팅해 큰 손실을 봤다. BOA는 이달 들어 30%,연초부터 현재까지는 49%나 주가가 하락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