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같은 리더 뽑고 싶다면 '모의 상황' 평가 활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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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인재경영' - (1) 적합한 인재의 선발 AC방법
獨장교 채용방식서 유래…조종사들 탁월한 성과 '입증'
기업선 AT&T 첫 도입…집단토론 등 평가 거쳐 중도퇴직·승진자 등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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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재의 중요성은 늘 강조돼왔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른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서 훌륭한 인재가 담당하는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초일류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강자들은 인재 전쟁에 뛰어든 지 오래인데,보다 정확히 지적하면 그들이 찾는 것은 '적합한 인재'(right people)다. 과연 어떻게 하면 모든 조직이 자신들에게 최적의 인재를 선발하고 키워낼 수 있을까.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받는 AC(Assessment Center:평가센터) 방식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엉덩이가 펑퍼짐해서 애는 잘 낳겠지만,발목이 가늘어 힘든 부엌일은 어렵겠군." 역사상 가장 엄격했던 인재의 선발 과정은 사대부 집안의 며느리 간택이었을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신체 조건은 물론 집안 내력까지 꼼꼼히 따져 며느리를 들였다. 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했을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물을 흐려놓듯,집안에 사람 하나가 잘못 들어오면 패가망신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굳이 먼 옛날을 회상하지 않더라도 최근의 숭례문 방화 사건은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가 '문제 인물'을 사전에 검증하고 걸러내는 능력을 상실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엄청난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도산 직전이었던 일본 닛산자동차의 최고경영자로 부임해 1년여의 짧은 기간에 흑자 기업으로 체질개선을 이뤄낸 카를로스 곤,한 차례의 본선 승리도 없던 한국 축구대표팀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의 경우는 '적합한 인재'의 선발이 조직에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 확인시켜준다.
AC란 넓게 정의하면 조직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 평가의 구성 요소를 체계적으로 모아놓고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좁게 정의하면 모의 직무상황을 처리하는 후보자의 행동을 훈련받은 복수의 평가사가 관찰 · 평가해 인재를 선발하는 기법이다.
일단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적합한 인재에 대한 인식이다. 오늘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적합한 인재의 여부를 확인하는 세 가지 측면은 △조직 적합성 △직무 적합성 △개인적 품성이다. 사대부 집안 며느리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우리 집안에 맞는가'(조직 적합성),'아들을 낳아서 대를 잇겠는가'(직무 적합성),'성질이 거칠지 않은가'(개인적 품성)에 해당한다.
AC 방법에서는 위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적합한 인재 여부를 가리기 위해 3대 구성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각각은 평가 요소(dimension),평가 도구(tool set),평가사(assessor)다. 최근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평가사인 입학사정관을 엄선했다고 해도 어떤 학생(평가 요소)을,어떤 도구(평가 도구)로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측면이 해결되지 않고는 제도 불신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AC 방법이 특히 인재 선발의 효과성을 인정받는 것은 이것이 유일하게 미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학생일 때는 공부도 잘하고 총명했던 아이가 사회 적응을 잘 못하거나,신입사원일 때는 높은 성과로 촉망받던 직원이 관리자나 리더로서는 부적격이라는 판정을 받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학생일 때와는 달리 사회인으로서,신입사원일 때와는 달리 관리자로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따라 각각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같이 미래의 위치에 다다랐을 때 요구되는 역량의 보유 여부를 현재 시점에서 진단 · 평가해 보는 방법은 모의 상황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을 탐색하는 길뿐이다. AC 방법이 그런 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인재 선발의 예측 타당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대다수의 경영 기법들은 전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C 또한 전쟁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은 공군 장교 후보생 선발 과정에서 집단 토론과 같은 다양한 실행 과제(simulation)를 부여한 뒤 조직적인 관찰과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이 방식으로 선발된 조종사들이 적군의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데 탁월한 성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한편 영국군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자국의 장교 선발 과정이 상류 계급에 편중돼 있어 비효과적이라는 사실과 진급 추천을 받은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진급 부적격자라는 것이 드러났다. 영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장교 선발 과정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장교 선발위원회를 구성,영국에 맞는 독자적인 선발 방안을 창안했다. 영국군이 적용한 내용은 실제 연습,구두시험,필기시험 등이었다.
실제 연습은 주어진 과제를 통해 장교로서의 지도력 등을 평가하는데,그중 하나는 응시자가 하사관을 면담하는 장교 역할을 하는 것을 관찰해 지휘관으로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지 등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실제 연습을 포함한 모든 평가가 완료되면 각각의 평가자는 각 응시자가 보여준 행동의 관찰 결과를 근거로 보고서를 쓰고,복수의 평가자가 작성한 보고서를 한곳에 모아놓고 총괄 평가했다.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첩보원을 뽑는 데 AC 방법을 사용했다. 적진 깊숙이 들어가 주요 목표를 타격하거나 기밀을 획득해야 하는 첩보원들을 선발하는데,실제와 비슷한 지형과 상황을 주고 수행 결과에 따라 지원자들을 뽑았다.
전쟁이 끝나고 AC 방법을 처음으로 도입한 기업은 미국의 AT&T였다. 서번트 리더십의 주창자로도 유명한 로버트 그린리프는 새로 부임한 인사담당 임원으로서 그동안 관리자들이 어떻게 성장해가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가 회사에 축적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외부 전문가에게 장기 연구를 의뢰했다.
이것이 관리자 성장 연구(managerial progress study)다.
연구팀은 우선 연구에 참여할 인원을 사내에서 광범위하게 모집,참여 인원을 4개 그룹으로 분류해 일에 대한 능력과 의욕,개인적인 특성 등 여러 요소들을 평가 기준으로 도출했다. 이런 평가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서류함 기법,집단 토론,비즈니스 게임 등의 평가 도구를 결정하고 3일 동안 평가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평가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20년 후 어느 단계까지 승진할 수 있을지 예측했으며,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할 사람과 스스로 퇴직한 사람들까지 예측했다.
1956년에 시작된 이 연구 결과가 1970년 초 미국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발표되면서 AC 방법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를 맞는다. AT&T의 사례는 이후 AC 방법의 표준이 되는 실행 과제들을 사용했고,모든 피(被)평가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테스트를 받는 등 평가 방법론의 일관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기법이었다. 또한 승진이나 퇴사에 이르는 평가 요소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연구의 모델로 삼고 있다.
AC 방법은 1970년대 미국에서부터 소수의 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했고 유럽과 일본 기업으로 전파됐다. 오늘날에는 포천 500대 기업 중에서 400여개 기업이 AC 방법을 활용해 인재를 선발할 정도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국내에서는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조직 내 공정한 평가와 핵심인재 확보 및 육성의 필요성을 폭넓게 인식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포스코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서도 도입 및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박재림 하우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