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저축은행 피해자 대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치권은 책임의 화살을 정부와 금융당국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특위 의원들은 "저축은행 사태 책임자인 정부는 손놓고 있는데 피해대책을 내놓은 국회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느냐"며 사실상 '공'을 정부로 떠넘기는 양상이다.

10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정부 성토장이었다. 전날 특위 산하 소위원회가 내놓은 6000만원까지는 전액 보장하고,6000만원 이상은 60~95%까지 차등 보상하는 방안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용하기 어렵다"며 반대입장을 밝힌 데 대한 분풀이성 질타가 쏟아졌다.

소위 위원장인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책임 당사자인 장관과 금융당국은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밤새워가며 대책을 만든 정치권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논리와 금융질서를 몰라 이런 대안을 만든 줄 아느냐"고 성토했다. 우 의원은 "국정조사 마감일인 12일까지 정부안을 가지고 오면 특위안으로 채택하겠다"며 사실상 특위 대책안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 책임 사안을 왜 국회에 떠넘겨놓고 있느냐"며 "3만7000여명의 피해자들에게 일일이 정부 대상으로 소송하라고 하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박 장관은 "정부가 나몰라라 하겠다는 게 아니라 특위 대안의 문제점에 비춰볼 때 다른 보상안을 마련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맞섰다.

'국민성금 모금을 통한 보상'을 아이디어 차원으로 제기한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은 "성금으로 해결해보자는 게 장관이 할 얘기냐"며 "박 장관을 비롯 책임있는 금융당국자들이 월급 석 달치라도 낼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박 장관은 "최선의 대안을 찾지 못해 차차선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 이상까지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감독원 건물을 팔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금감원장과 직원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며 "금융감독원 빌딩을 매각해 그 재원으로 피해자를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권혁세 원장은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반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