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9일 일본 파나소닉과 소니,3차원(3D) 영화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엑스팬드와 손잡고 '풀HD(초고화질) 3D 안경 이니셔티브'를 결성했다. 한 대에 420만원(55인치 기준)에 이르는 3D TV 판매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로 안경이라는 판단에서다. 내년부터는 하나의 3D TV 안경으로 삼성전자 소니 파나소닉의 3D TV를 모두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3D 안경 표준으로 3D TV 선점

북미 3D TV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소니-파나소닉 동맹의 핵심은 3D 안경 표준화 작업에 있다. 3사의 공통점은 셔터 글라스(SG) 기술을 적용한 3D TV를 내놓고 있다는 것.왼쪽과 오른쪽 눈에 맞는 화면을 빠른 속도로 번갈아 내보내면 이를 안경을 통해 합성해 입체영상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표준이 만들어지면 삼성전자 소니 파나소닉의 3D TV뿐만 아니라 3D 노트북 모니터 등도 하나의 안경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3D 안경을 스마트폰 액세서리 구입하듯 마음대로 골라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 업체들과 올 9월까지 표준 개발을 마치고 내년께 차세대 3D 안경을 내놓기로 했다.

채주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이번 협력으로 선명하고 뛰어난 3D 기술을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안경'의 다음은…

삼성전자 진영이 준비하고 있는 차세대 제품은 '유니버설 액티브 3D 안경'이다. 적외선(IR) 기술과 블루투스(무선통신) 기술 표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초기 3D TV용 안경은 왼쪽과 오른쪽 눈에 맞는 영상을 적외선 기술로 안경을 통해 수신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수신 속도에 따라 깜빡임 현상이 도드라져 불편한 점이 있었다. 무게도 35.9g으로 묵직했다.

2세대(2011년형) 제품 개발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적으로 안경업체인 실루엣이 참여했다. 블루투스 기술로 영상정보를 전달받아 화면 깜빡임을 없앴다. 무게도 29g으로 줄이고 가격을 7만원대로 낮추면서 '이건희 안경'이란 애칭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LG전자가 주도하는 필름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의 3D TV와 비교해 안경이 무겁고 충전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가격도 1만원대인 편광방식보다 비싼 데다 업체별로 서로 안경이 달라 소비자들이 불편해한다는 지적을 들었다.

이번 표준화 작업에 거는 각 업체들의 기대는 크다. 요네미쓰 준 소니 가전사업부 부수석본부장은 "이번 협력으로 특정 3D 기기에 국한되지 않은 더 나은 3D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루투스 표준단체인 SIG의 마이클 폴리 박사도 "이번 협력은 블루투스 기술이 3D 안경,스테레오 서라운드 시스템,리모컨뿐 아니라 거실에서 허브가 되는 TV까지 폭넓게 적용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