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사진)은 "다음 친서민 정책은 미소금융 대출 규모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리는 것"이라고 9일 밝혔다.

이 의장은 정책위의장 취임 100일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반(反)기업 정서를 줄이는 동시에 서민들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미소금융을 알리고 자금을 마련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소금융은 국가 재정 투입 없이 10년간 찾지 않는 휴면예금과 대기업들의 지원을 모아 이를 저소득자나 저신용자에게 저리(연 2.0~4.5%)로 최대 5000만원까지 담보 없이 빌려주는 제도다. 작년 제도가 시행된 뒤 올해 6월 말까지 2만8728명에게 총 2635억원이 대출됐다.

이 의장은 "아직 미소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홍보도 돼 있지 않다"며 "미소금융 지원이 입법사항은 아니지만,사회양극화와 반기업정서가 팽배한 시점에서 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고 각 지역 당협위원장에게 미소금융 지점 실태 등을 보고 받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년 임기까지 특성화고를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일부 대학진학의 통로로 여겨지는 특성화고보다는 바로 대기업 등에 취업할 수 있는 장인을 만드는 마이스터고를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이 의장은 "특성화고를 구조조정과 자금 지원을 통해 마이스터고로 바꾸겠다"며 "고교 졸업생도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고,산업계에서도 훈련된 직원을 뽑을 수 있는 이 방안은 최근 당 · 정 · 청에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의장은 내달까지 여당과 정부가 합의한 대학 등록금 완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명목 등록금 인하와 소득별 차등 지원이란 두 가지 원칙을 지킨 등록금 인하 방안을 정기국회 전까지 내놓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예산에 맞춘 시뮬레이션 결과를 상황별로 내고 있는데,곧 검토가 끝난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함께 지난 5월6일 원내 지도부로 당선됐다. 오는 14일이 취임 100일이다. 이 기간 통신비 인하를 비롯해 대학등록금 인하,대기업들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진출 완화,프랜차이즈 불공정계약,역사 교육 필수 등의 주로 친(親)서민 이슈를 끄집어내 어느 정도 실현시켰다. 당 안팎에서 '좌클릭''표(票)퓰리즘'이란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는 "정치인이 표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국가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정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세금을 더 걷자는 게 아니라 재정 우선순위를 변경하자는 것인데,지금처럼 양극화가 심각하고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땐 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황 원내대표가 최근 제기한 '0~4세 무상보육'은 재정 여건상 당장 실현되기 힘든 아이디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의장은 "지도부가 정책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당내 의견이 조율되지 않고 공개석상에서 처음 듣는 정책이 불쑥불쑥 나오면 외부에선 불협화음으로 보일 수 있고,국민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국민공모주 매각 건은 우리금융지주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처럼 상장사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가 아니며,정부가 51%의 지분율을 여전히 갖게 되는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