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팀 순위 5위까지 밀리며 9년 만의 포스트 진출에 빨간 불이 켜진 엘지트윈스가 난데없는 청문회 사건에 휩싸였다.

8일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엘지트윈스 청문회'라는 뉴스 검색어가 등장해 실시간 화제가 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엘지트윈스 청문회가 도대체 뭐냐' '야구단에서 갑자기 무슨 청문회냐'는 질문을 쏟아내며 영문을 몰라했다.

엘지트윈스 측에 확인한 결과 이날 10여 명의 팬들이 잠실구장을 찾아 광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던 선수들에게 "야구 좀 똑바로 하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일명 '청문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특히 청문회를 자처(?)한 팬들 중 일부가 선수들에게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내뱉자 몇몇 선수가 이를 참지 못하고 맞대응을 해 문제가 더욱 커지게 됐다는 것이 엘지트윈스의 설명이다.

현장에 있던 팬들은 이 소식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퍼트렸고, 이는 순식간에 인터넷에 번져 "○○선수가 팬에게 욕설을 했다" "○○ 선수는 갑자기 야구방망이를 들고 왔다"며 해당 선수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유튜브에는 관련 동영상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 선수 그렇게 안봤는데 실망이다" "몇 년간 LG만을 응원했는데 이제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분노에서부터 "그럴리가 없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믿지 않겠다"는 등의 옹호까지 긱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엘지트윈스 관계자는 그러나 "감독과 코치를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들은 팬들의 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네 알겠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며 "다만 일부 선수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팬들과 언쟁을 벌인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위권 팀들에서 청문회 등의 일은 종종 일어나곤 한다"며 "다소 저조한 성적에 불만을 가진 소수의 팬들이 한 일인데 사태가 지나치게 커진 것 같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문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엘지트윈스 팬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엘지트윈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팬들의 행동에 대응한 선수들의 태도가 프로답지 못했다는 비난 의견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한 팬들을 나무라는 글 또한 올라오고 있다. .

앞서 지난 달에는 성전 부진과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에 뿔난 일부 롯데 팬들이 '무관중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